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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May 02. 2024

무엇하나 단정 지을 수 없는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5/02 업로드


이전엔 그랬으나 오늘은 그러지 않을 수 있다.

독자_빈아야 오늘 점심도 샐러드야?

(샐러드 가게를 바라보는 빈아. 독자의 시선.)


우리의 몸과 마음과 생각은 끊임없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빈아_오늘은 밥이 당기는데?

(그 옆에 있는 설렁탕 집을 바라본다.)


한결같은 건 절대적인 긍정이 아니다. 한결같지 않은 게 절대적인 부정이 아닌 것처럼.

(설렁탕 집에 들어가는 빈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달라져야 할 것들을 외면하다 보면

(빈아가 수저를 세팅한다.)


되려 나이를 헛 먹게 될 것이다.

독자_고마워.

(고개를 끄덕이는 빈아.)


그러니 우리, 적당히 한결같고 적당히 변화하자.

(설렁탕을 먹는 빈아의 옆모습.)


그렇게 제대로 나이 들자.

(식사를 마친 두 사람. 배가 부른 듯 배를 쓰다듬는 빈아.)


계속 한결같으려 하지 말자.

빈아_아까 우동 먹는다고 했나?

독자_나, 생각이 좀 바뀌었어. 다른 걸 먹고 싶어!

(다음 날, 독자의 말을 듣는 빈아의 얼굴 클로즈업.)


우리는 '당연히' 변하니까.

빈아_나도!

(미소 짓는 빈아.)


 살아가면서 생각과 뜻, 마음과 몸은 시도 때도 없이 달라진다. 그래서 이전엔 그랬으나 오늘은 그러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쓰는 글의 느낌과 내용, 요지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내 일상과 루틴도 전체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


 언젠가 그렇게 달라질 나와 나의 글이 과연 괜찮을까에 대한 걱정을 한 적이 있다. '한결같고' '지조 있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나 역시 앎과 모름의 영역이 아니라면 적어도 나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일정했으면 싶었다. 그래야 이전의 글과 지금의 글이 일관되게 흘러갈 테고, 독자들에게도 그게 훨씬 받아들이기 편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 줬던 이들이 한순간 달라진 나를 기꺼이 반겨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 변화를 내가 제일 뒤늦게 알아차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그러나 무엇하나 단정 지을 수 없게 빠르게 바뀌는 현시대에서, 과거의 나와 같이 남들의 시선 때문에 일관된(아니 일관적이라는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그리 박수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계속 거기에 머물러있다는 반증이다. 한결같다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런 면이 필요한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요지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달라져야만 하는 것들, 확실히 깨닫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모르고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굉장히 사소한 부분이 바뀔 수도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선호했다가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고, 할 말은 하는 성격에서 속 얘기는 밖으로 절대 못 꺼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이 생길 땐 '대부분 그래'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변한다. 너무 당연히 변한다. 그리고 어쩌면, 변해야만 한다. '사람 쉽게 안 변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진 알지만, 이 말이 칭찬으로 쓰이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다. 그 말은 대게 나이를 헛 먹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우리, 적당히 한결같고 적당히 변화하자. 그렇게 제대로 나이 들자. 변하는 스스로 역시 받아들이며 살아가면 된다. 단언컨대 철없던 시절은 이미 흘려보냈고, 정신 깊숙이까지 농익어가는 시기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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