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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Apr 19. 2024

현재 살기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4/19 업로드


문득 생각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빈아가 책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가?'

(그러다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현재를 산다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도 있겠지만, 나에겐 여기에 조건이 더 붙는다. 위의 질문에 내가 생각하는 모든 조건을 가득 담아 다시 써 보자면,

(질문이 띄워져 있고, 빈아가 위를 쳐다본다.)


'나는 지금,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거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가?'

(질문에 조건이 더해진다.)


그런데 지금을 희생하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을까?

(퇴근하자마자 작업하기 위해 또다시 출근하는 빈아의 모습.)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이상적이다.

(그걸 바라보는 현재의 빈아.)


그러나 말을 살짝 바꿔서, 지금을 투자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건 가능하다고 본다.

(시선을 옮겨 시계를 바라보는 빈아.)


같은 맥락으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이 나를 살게 할 때가 있음은 분명하다. 오히려 선명하게 기억해서 지금의 나를 잇게 한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

(과거의 빈아가 시계 초침을 옮기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도 없다. 그러나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빈아_현재를 산다는 게 내게 어떤 것인지 계속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시계에 비친 현재의 빈아.)


 부푼 꿈을 안고 어른이 되길 기다리던 어릴 적 내 모습이 생각난다. '아무것도 모르고'라는 표현은 덧붙이지 않겠다. 알았어도 꿨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뿌리 깊숙이까지 관계주의에 끌려 다니는 나라에서 나 하나만 바라보고, 미래가 아닌 현재만 바라보며 화려한 꿈을 꿀 수 있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지금이라도 '현재 살기'에 도전하는 거야 말로 인생 최대의 아웃풋이 아닐까.


 인스타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그 평온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스스로에게 이것저것 질문했던 적이 있다. 그중 '나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었고, 한참을 바라보다 '응'이라고 답했었다. 그건 이전에 비해 덜 우울하고 더 편안했기에 내뱉을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질문에 조건을 더 달어 되물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며 현재를 살고 있냐고. 거기선뜻 그렇다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 글을 다시 보니, 질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래야 한다는 강박과 바람이 들어간 형식적인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수정한 질문은 아래와 같다.


 '나는 지금,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고 과거를 동력 삼아 하고 싶은 걸 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엔 바로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중간중간 찾아오는 불안과 우울과 현실적인 문제들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때 무너진 잔해들을 다시 모아 나의 심지를 굳건히 다지는 데에 쓰고 있다. 현재에 대한 집중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고, 그래서 생이 살아갈만하다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수정해 나갈 것이다. 그때마다 대답을 잘할 수 있으려면 그때의 과거인 지금, 현재를 잘 지내야 한다. 그러니 스스로를 때론 대견해하며, 때론 안타까워하며 그렇게 인간답게 살아가보자. 현재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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