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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l 14. 2023

출발선에서 찍은 마침표

3. 내 인생의 동반자, 성실 _ (6) 수능 당일/그저 선택지 중 하나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7/13 업로드


3-(6-1) 출발선에서 찍은 마침표 _ 수능 당일


원하는 대학의 최종 합격 발표는 수능 일주일 후에 있었다.

(학교 정문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학교로 들어가는 빈아의 뒷모습.)


그래서 완전히 안심하고 시험을 볼 수는 없었다.

(시험을 보는 빈아.)


그러나 합격할 거라는, 어쩌면 무모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긴장되고 떨리지 않았다. 

(OMR 카드에 마킹하는 빈아. 위에서 바라본 연출.)


친한 친구들과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봐서 외롭긴 했지만 덕분에 차분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내 먹는 빈아.)


마지막 탐구 영역을 볼 때만 진짜 다 끝났다는 생각에 조금 흥분하긴 했지만.

(시험을 보는 빈아 옆으로 신나 하는 빈아의 영혼이 빠져나온다.)


그렇게 마지막 답안지가 손에서 떠나가고, 나의 수험 생활도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답안지를 바라보는 빈아.)


학교를 나서는데, 지친 몸에 비해 가슴은 두근거렸고 친구들과 홍대에서 샤부샤부를 먹으며 그 여운을 이어갔다. 

(친구들과 샤부샤부를 먹는 빈아. 시험이 끝나서 다들 들떠있다.)


끝까지 멈추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책이며 여러 자료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한동안 버리지 못하고 갖고 었는데

(빈아의 방 한편에 교재들이 쌓여 있다.)


국 버리지 못한 기록들은 요즘도 가끔 찾아본다. 아마도 나는 나의 피땀눈물로 바래진 그 종이 몇 장을 평생 버리지 못하겠지.

(생활기록부 맨 앞장. 빈아의 증명사진과 이름이 적혀 있다.)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7/14 업로드


3-(6-2) 출발선에서 찍은 마침표 _ 그저 선택지 중 하나


고백하건대, 내가 졸업한 대학은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합격 결과를 확인하고 얼떨떨해하는 빈아. 놀란 듯 입을 막고 있다.)


그래서 합격 결과를 받았던 순간이 내게 극적이 아닐 수 없었다.

(대학교가 '꿈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고 핀조명이 빈아를 비추고 있다.)


그때 떠오른 게 하나 있었는데, 방과 후 수업 때 영어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무언가 떠오른 듯 위를 올려다보는 빈아. 느낌표 표시.)


'노력한 자에게 결과가 응답할 거야.'

(방과 후 수업시간. 칠판에 영어 문장이 적혀 있고, 선생님이 빈아를 바라보며 '노력한 자에게 결과가 응답할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그 순간 나는 바로 직감했다. 선생님들 모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아이가 그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참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말은 곧 나를 향해 하신 위로였다는 것을.

(판서를 하는 선생님의 뒷모습.)


어쩌면 나는 그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뻔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출발선에 마침표를 찍는 빈아.)


분명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쳐도 넘어지지 않는 높고 단단한 벽일 수 있을 것이다.

(출발선을 넘어가는 빈아 옆으로 큰 벽 앞에 서 있는 학생이 있다. 벽면에 '대학 입시'가 적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가치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대학은 갈 만한 곳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렇게까지 노력해야 하기에 그것보다 더 가슴 뛰는 일을 찾은 아이에게까지 강요할 만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향해 걸어가는 빈아와 옆으로 꺾인 길을 걸어가는 학생.)


몇몇은 그 시간들을 대입에 투자할 뿐이고 다른 몇몇은 또 다른 목표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이 결정한 길을 그저 걸어가면 될 뿐, 뒤따라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고 말하는 어떤 어른. 저 멀리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학생이 보인다.)


 수능 당일, 이과를 선택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과학 탐구 과목을 풀고 있었는데, 길고 길었다는 표현 부족할 만큼 무척이나 길었던 날들의 마침표가 찍어지기 직전이라, 그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감정, 떨렸던 눈동자, 긴장이 풀리며 땀에 젖었던 손의 감촉.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더 생생해졌다. 이밖에도 '수능'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몇 가지 있는데, 정작 어떤 문제가 어려웠고 몇 등급을 받았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시험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며 하늘을 바라봤던 것도 생각난다.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 구름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구체적으로 떠오르진 않지만 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주했다는 건 분명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약속한 샤부샤부집에 도착했고 진짜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게 먹었다. 바로 직후에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았을 정도로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돌을 씹어도 맛있었을 것이다.


 수능을 보기 며칠 전에 내가 지원했던 대학 중 한 곳이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나 그곳에 갈 생각은 없었다. 좀 더 바라도 돼, 욕심나는 게 당연해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었고 수능 일주일 후에 발표되는, 가고 싶은 대학의 소식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뿐이었다. 면접을 보고 나오며 느꼈던 개운함이 결코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랐다.


 발표 당일, 떨리는 손으로 수험 번호를 입력한 순간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닿았는지 대학은 '합격'이라는 두 글자로 응답했고 심장의 떨림이 손까지 전해져 힘이 풀려버렸던 것이다. '진짜 나 여기 가는 거야?' 아무리 붙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해도 진짜로 붙어버리니 할 말을 잠시 잃었다.


 고백하건대 내가 졸업한 대학은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상향 지원이었으나 오직 그곳에 붙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합격 결과를 받았던 그 순간이 내게 극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함께 떠오른 기억이 있었는데, 방과 후 수업 때 영어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노력한 자에게 결과가 응답할 거야.' 그 순간 나는 그게 나한테 하는 말씀임을 직감했다. 매 수업시간마다 선생님들과 눈을 맞추며 교감했고 뭐 하나 놓치는 거 없이 알차게 학교 생활을 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자율학습실에 갔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도 다 느꼈다. 선생님들 모두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아이인데 그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 참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대학 입시는 결과를 알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결과를 알아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정말 공부를 잘했던 친구가 지원했던 모든 대학에서 낙방하기도 , 전략적으로 상향 지원해 본인의 성적보다 높은 대학에 합격했던 친구도 있다. 그래서 한때 이 제도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 과연 이게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직히  그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뻔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입시라는 게 분명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쳐도 넘어지지 않는 높고 단단한 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이 아주 어릴 때부터 몇 년 동안 대학 합격만을 바라보며 살기 때문에 어느 누가 치열하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리는 성적, 생활기록부, 수능에 학창 시절을 다 바친다. 대학교가 이러한 노력들이 가치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과연 갈 만한 곳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렇게까지 노력해야 하기에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가슴 뛰는 무언가를 발견한 아이에게까지 강요할만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몇은 그 시간들을 대입에 투자할 뿐이고 다른 몇몇은 또 다른 목표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이 결정한 길을 그저 걸어가면 될 뿐, 뒤따라오는 시련들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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