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1 업로드
여기, 작년 9월에 헌책방에서 데려온 책 한 권이 있다.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책이 가득 쌓이다 못해 책방 문 앞까지 흘러넘쳐있던 그곳에서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제목 밑에 작게 적힌 소개 문구 때문이었다.
“여든 이후에 쓴 시인의 에세이“.
(헌 책방에서 그 책을 골라 든 빈아.)
이젠 누구나 언젠가는 ‘여든‘을 거쳐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그 문구를 본 순간 시인이 쓴 여든의 필체가 궁금해졌고, 그가 쓴 문장들을 읽으면 내게 어떤 지혜와 양식이 쌓일 거라 믿었다.
(책을 들고 걸어가는 빈아.)
그러나 작가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얘기만 가득 늘어뜨려놨다. 그것도 ‘(예) 나는 오늘 계란 프라이를 먹었다’와 비슷한 뉘앙스의 tmi(too much information)로 가득했고, 결국 끝까지 읽기 힘들어서 띄엄띄엄 넘어갔다.
(앉아서 책을 읽는 빈아. 지루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다.)
해가 바뀌어 2월이 되어서야 책을 완독 했는데, 단순히 모르는 사람의 삶이라 내가 지루하다 느낀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빈아.)
그래서 생각을 이어가 봤는데, 그것보다 내가 시인에게 바랐던 문학적 표현들이 책에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즉, 책을 읽기도 전부터 큰 기대를 갖고 있었기에 실망도 컸던 것이다.
(책을 골랐을 때의 빈아를 떠오르는 지금의 빈아. 설렜던 감정이 떠오른다.)
그와 동시에 든 생각은, 나라면 과연 여든의 나이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함과 존경심, 그리고 책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갖는 복불복의 당위성이었다.
빈아_재미없는 책을 만날 수도 있지.
(빈아 주변으로 책들이 둘러싸인다. 그중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고르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나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재미없는 책을 계속 만날 것이다. 그것들을 대하는 가장 현명한 태도는 읽지 않고 버리거나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살펴보고,
('재미없는 책' 이라고 적힌 곳에 책들이 쌓여있다.)
스스로가 흥미로워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그걸 근거로 반대로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쌓이는 값진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빈아_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그 위에 작게 '나를 알게 해 준' 이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