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를 뽑는 자리에서 여중, 여고를 나와 여대를 오게 되었던 배경과 중고등학교 내내 학생회 활동을 했었다는 걸 어필했는데
(후보 연설을 하는 빈아.)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내가 가진 것들이 어쩌면 특별한 경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떨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도전해 왔던 기록들이 나를 그 자리로 이어준 것 같았다.
(빈아의 얼굴 클로즈업.)
내가 처음 만난 선배는 그날 만났던 학생회장 언니였는데
(선배 두 명이 빈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선배'라는 개념도 낯설게 다가왔고, 그 언니로부터 느껴졌던 무게감에 조금 겁을 먹었다.
(돌이 되어 굳은 표정의 빈아.)
같이 1년 동안 활동해야 하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대표로서 한 학년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학업에도 욕심이 많은 내가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걱정이 많아진 빈아. 손으로 입을 막고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3월이 오기 전, 2월에 진행된 행사에서부터 감투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감투를 쓰게 된 빈아. 큰 감투가 빈아를 덮친다. 무거운지 힘겨워하고 있는 빈아.)
그러나 나를 믿고 뽑아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한 걸음씩 나답게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그런 빈아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주는 친구들. 감투에 날개가 달리며 가벼워지고, 비로소 빈아는 웃음을 되찾는다.)
대학생이 된 후 2월에 열렸던 첫 행사, 신입생 OT(오리엔테이션).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난 친구들과 2박 3일을 같이 보내야 했다. 그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하기에도 바빴는데, 학생회를 그 자리에서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더 정신이 없었다. 욕심이 났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가오고, 학생회 지원자들만 앞으로 나와한 명씩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내 순서가 돌아오기까지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되뇌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고, 여중, 여고를 나와 여대를 오게 된 배경 상황을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 내내 학생회 활동을 했었다는 걸 어필했다. 말을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이 어쩌면 특별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서 용기를 얻어 떨지 않고 차분히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
투표 시간이 끝나고 내가 1등으로 과대표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정말 기뻤다. 나의 진심이 통했구나, 친구들이 나를 믿어줬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렁거리며 뿌듯함이 밀려왔다. 마치 그 순간을 위해 학생회 역사를 쌓아왔던 것처럼.
과대가 되고 나서 함께 선출된 부과대와 총무, 집부 2명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한 2, 3학년 학생회 언니와 중간중간 같이 움직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만난 선배였던 언니들은 나와 다른 결의 사람들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감과 다가가기 어려운 포스가 느껴졌다. 그 순간 이분들과 1년 동안 같이 활동해야 하는데, 어쩌면 막내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학년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학업과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선배'라는 개념이 이렇게 가까워진 건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중고등학교 때의 반장, 부반장과는 차원이 다른, 좀 더 방대하고 어려운 자리임을 실감했다.
3월 첫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 2월에 진행된 OT에서부터 감투의 무게를 견뎌내야 했지만, 내가 하고 싶어 선택한 일이었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뽑아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 걸음씩 나답게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