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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l 28. 2023

겁이 나지만 나답게 가보자

4. 나의 학생회 역사 _ (2) 감투의 무게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7/28 업로드


4-(2) 겁이 나지만 나답게 가보자 _ 감투의 무게


대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나는 학과 학생회에 들어갔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수막이 걸린 강당에서 선출된 1학년 학생회 5명이 서있다.)


학생회는 3학년까지 학년별로 5명씩 구성되어 있었고, 나는 1학년 과대로 뽑혀 활동했다.

(학생회 조직도. 빈아의 위치 표시.)


학생회를 뽑는 자리에서 여중, 여고를 나와 여대를 오게 되었던 배경과 중고등학교 내내 학생회 활동을 했었다는 걸 어필했는데

(후보 연설을 하는 빈아.)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내가 가진 것들이 어쩌면 특별한 경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떨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도전해 왔던 기록들이 나를 그 자리로 이어준 것 같았다.

(빈아의 얼굴 클로즈업.)


내가 처음 만난 선배는 그날 만났던 학생회장 언니였는데

(선배 두 명이 빈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선배'라는 개념도 낯설게 다가왔고, 그 언니로부터 느껴졌던 무게감에 조금 겁을 먹었다.

(돌이 되어 굳은 표정의 빈아.)


같이 1년 동안 활동해야 하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대표로서 한 학년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학업에도 욕심이 많은 내가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걱정이 많아진 빈아. 손으로 입을 막고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3월이 오기 전, 2월에 진행된 행사에서부터 감투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감투를 쓰게 된 빈아. 큰 감투가 빈아를 덮친다. 무거운지 힘겨워하고 있는 빈아.)


그러나 나를 믿고 뽑아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한 걸음씩 나답게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그런 빈아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주는 친구들. 감투에 날개가 달리며 가벼워지고, 비로소 빈아는 웃음을 되찾는다.)


 대학생이 된 후 2월에 열렸던 첫 행사, 신입생 OT(오리엔테이션).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난 친구들과 2박 3일을 같이 보내야 했다. 그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하기에도 바빴는데, 학생회를 그 자리에서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더 정신이 없었다. 욕심이 났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가오고, 학생회 지원자들만 앞으로 나와 한 명씩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내 순서가 돌아오기까지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되뇌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고, 여중, 여고를 나와 여대를 오게 된 배경 상황을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 내내 학생회 활동을 했었다는 걸 어필했다. 말을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이 어쩌면 특별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서 용기를 얻어 떨지 않고 차분히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


 투표 시간이 끝나고 내가 1등으로 과대표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정말 기뻤다. 나의 진심이 통했구나, 친구들이 나를 믿어줬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렁거리며 뿌듯함이 밀려왔다. 마치 그 순간을 위해 학생회 역사를 쌓아왔던 것처럼.


 과대가 되고 나서 함께 선출된 부과대와 총무, 집부 2명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한 2, 3학년 학생회 언니와 중간중간 같이 움직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만난 선배였던 언니들은 나와 다른 결의 사람들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감과 다가가기 어려운 포스가 느껴졌다. 그 순간 이분들과 1년 동안 같이 활동해야 하는데, 어쩌면 막내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학년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학업과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선배'라는 개념이 이렇게 가까워진 건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중고등학교 때의 반장, 부반장과는 차원이 다른, 좀 더 방대하고 어려운 자리임을 실감했다.


 3월 첫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 2월에 진행된 OT에서부터 감투의 무게를 견뎌내야 했지만, 내가 하고 싶어 선택한 일이었고 무엇보다 나를 믿고 뽑아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 걸음씩 나답게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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