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마이크로
2026.02.27 업로드
익숙하지 않은 일을 맡아서 하다가 버거운 나머지 어느 순간 뇌정지가 왔다.
(흑백/빈아의 눈동자가 흐려지고, 심박동 그래프로 빈아의 심정이 나타난다.)
그러다... 모두의 배려로 내가 알아본 부분만 최대한 정리해서 넘기고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빈아가 뒤로 돌아 걸어 나간다. 빈아가 있던 자리가 회색빛이다.)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도망쳤다는 생각이 꿈틀거렸지만 그대로 갔다간 내가 제일 먼저 나가떨어졌을 게 뻔했다.
(지하철. 빈아가 손잡이를 잡은 자기 팔에 기대어 울고 있다.)
그러나, 한숨 돌리고 나서 돌이켜보니 다음 세 가지는 모두 내 고집이자 착각이었다.
(책상에 양손을 짚어 몸을 기댄 채 생각에 잠긴 빈아.)
다들 비슷한 처지라 부탁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물어보기 전에 먼저 찾아 헤매어봐야 한다는 것,
(일이 버거워 동료에게 부탁하고 싶은 빈아. 동료 쪽을 쳐다보지만 그도 이미 바쁘다.)
일단 내가 정리될 때까지 혼자 힘으로 해내보는 것.
(빈아의 옆모습 클로즈업.)
대책 회의에서 내가 했던 말 중 가장 유효했던 건
(컬러/회의실에 앉아 있는 빈아.)
힘든 걸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일은 나눠야 한다는 조언에 솔직히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에 확신이 없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부탁드려야 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동료들과 회의를 하는 빈아의 뒷모습.)
힘든 걸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혼자 하려 하지 않는 것, 직장생활 필수 능력이지만 내겐 참 어려운 일이다.
(축 처진 빈아를 백야가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