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과정 요약. 그림 그리던 아이 > 앙드레김 패션쇼 > 패션 디자이너라는 목표 설정 > 패션 전공 선택.)
'너는 꿈이 뭐야?' '나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친구들이 빈아에게 꿈을 물어본다. 빈아가 답한다.)
나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정확한 학과 이름은 '의류산업학과'였는데, 대학별로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패션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배우는 내용은 비슷하다. 복식사부터 의상 디자인, 소재, 마케팅 및 유통 산업 등 전반적인 이론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 실습을 통해 실물로 제작해 보며 응용력을 키운다.
그림을 좋아했던 내가 패션 분야를 선택했던 순간은 무척 특별했다.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텔레비전을 보던 중 너무 황홀한 광경에 사로잡혀 채널을 돌리던 손을 멈춘 적이 있었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이 화려한 색상과 조화를 이루며 순백색의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앙드레김의 패션쇼 영상이었다.
그 패션쇼를 보기 전까지 나에게 '패션', '패션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너무 어려서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그림쟁이였는데 그땐 꿈이 곧 직업이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화가나 만화가를 꿈꿨다. 그런 좁은 시야를 가졌던 나에게 그 작은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무대를 걷는 모델들, 이마를 맞대는 퍼포먼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박수갈채를 받는 디자이너.
아, 저 사람은 누구지, 나도 저기 서고 싶다. 디자이너로!
그때부터 나의 진로 희망사항은 '패션 디자이너'로 고정됐다. 바뀐 적이 없었다. 앙드레김의 고귀한 모습은 어린 나를 한 번에 매료시켰고 그렇게 대학 전공 선택까지 막힘없이 나아가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봤던 쇼는 2010년 진행됐던 앙드레김의 마지막 쇼였다. 그는 알까.당신의 마지막 쇼가 누군가에겐패션을 사랑할 수 있게 된계기가 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