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 배우 신구 선생님이 나오신 적이 있다. 보다가 가슴이 찡했던 장면들이 몇 개 있었는데,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201화 출처 표시 / 유재석과 조세호, 신구 선생님이 나란히 앉아 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의 연세와 연기 경력이 언급된 부분이었다. 올해 나이 여든여덟. 연기 경력은 무려 62년이었다.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씩이라도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펜을 놓기엔 너무 조금 달려왔음을 깨달았다.
(미소를 지으시는 신구 선생님.)
두 번째는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의 마무리 부분이었다. 선생님은 취미도 별로 없이 연극 속에서만 살았다는 게 후회된다고 하시며, 연기는 자기에게 수행의 과정이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혹시 후회되는 일이 있으세요?'라고 질문하는 유재석.)
'... 오직 연극이 살아가는 동아줄이라 생각하고 이게 썩어 있는 건지 끊어질 건지도 모르고 그것만 잡고 평생 지냈으니까. 그런데 그게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매달려서 살고 있으니까, 다행이다 싶고 고맙죠.'
(줄을 잡고 있는 듯 두 손을 움켜쥐고 있는 신구 선생님의 손 클로즈업.)
결국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 미지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인데, 이왕 가야 하는 거 내가 잡고 싶은 줄을 잡고 간다면 그게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가.
(티비를 보고 있는 빈아의 뒷모습. 한 손으로 줄을 잡고 있다.)
세 번째는 지금 몸속에 있는 인공 심박동기의 수명이 8~10년쯤 간다는 얘기를 덤덤히 하셨던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은 자기의 열정만큼은 끝까지 살아있을 것임을 내비치셨다.
(가슴을 가리키며 말하는 신구 선생님.)
'다음 작품이 얘기될 때마다 내가 이 나이에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그런 마음이 들 땐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만 지금 너무 늦었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라는 생각도 들어.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해. 그러나 하고 싶은 작품을 남겨놓는다는 게... 꺼림칙하지 난.'
(신구 선생님의 앉아있는 모습 전신.)
나는 그 말로부터 오히려 선생님의 심장 박동을 크게 느꼈다. 그 소리가 정말 크게 들렸다. 죽음을 앞두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인생이라면 그 생이 과연 유한하다 할 수 있을까. 선생님은 영원히 뛰고 있을 것 같은 심장을 가지고 계셨다.
(빈아의 앉아 있는 모습 전신. 여전히 줄을 잡고 있다.)
나에게도 그런 심장이 있기를, 그 심장이 계속 끝까지 뛰기를 바라게 했던 귀한 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