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문장_실은 작가들이 생전에 써 놓은 모든 작품들은 그들의 유서다. 우리들이 오늘날 읽고 있는 그 작고 가벼운 책 한 권의 무게는, 한 사람이 평생을 망설이다 내뱉은 유일한 진심일 수도 있다._시간의 모서리/김민준/자화상)
잊히길 아쉬워하는 기억의 몸부림일 수 있다.
(책 속의 문장_기억은 살아남기 위해 감각으로 인식되기를 원하고, 상실이나 변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육체를 원한다. 기록은 육체에 깃든, 감각으로 해석되는 기억의 일부다. 기록은 죽음에 대한 저항인 동시에 죽음에 대한 예감이다. 또한 기록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도이다._물의 기록/안윤/스토리지북앤필름)
오늘도 나는 글을 썼고, 나를 남겼다.
(다시 현재/쓴 글을 보고 있는 빈아.)
펜을 드는 순간 살아나는 감각들이 너무도 소중해서
(펜을 든 빈아의 손 클로즈업.)
이걸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펜을 안고 지그시 눈을 감는 빈아.)
부디 스스로가 글을 놓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란다.
(현재/글을 쓰고 있는 빈아와 미래/뒤 돌아보는 빈아가 서로를 마주 본다. 기록들이 서로를 연결한다.)
나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평생 글을 놓지 않는 것이다. 조건 없이 사랑하든 투정 부리며 미워하든 평생 함께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삶을 미뤄 짐작하면 앞으로도 계속 쓰면서 살아갈 것 같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법이니, 글과 함께 지금 하고 있는 인스타툰도 꾸준히 해내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친구가 선물해 줘서 아껴 아껴 읽은 책이 있다. 김민준의 [시간의 모서리]. 읽은 지 한참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이 책을 애정하는 이유는, 책 속의 한 구절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위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위로를 넘어 힘을 주고 있다. 작가가 생전에 쓴 글이 그들의 유서일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했다. 떠나기 전 무언가를 남기고 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일방적인 표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계속 남아서 미래의 누군가에게 제2의 김민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순천 여행 중 방문한 작은 책방에서 소중히 데려온 책이 있다. 이 책 역시 조금씩 아껴 읽고 있는데, 안윤의 [물의 기록]이다. 크기가 참 작은 책인데 안에 담고 있는 건 너무 거대해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여기서 저자는 기록에 대해 얘기하며,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도라는 표현을 썼다.'애도'는 슬플 '애'에 슬퍼할 '도'를 쓰는 슬프디 슬픈 단어이지만 내가 생각했을 땐 그만한 진심이 없다.나의 글, 타인의 글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겪어낸 시간의 무게를 느껴보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