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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Nov 03. 2023

질문하기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11/03 업로드


대화를 하다 보면 질문하고 싶은 게 턱 끝까지 차오를 때가 있다.

(빈아와 친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친구가 말하고 있고, 빈아는 들어주고 있다.)


그러다가 결국 말아 접은 것들이 대화 내내 속에 쌓여간다.

(빈아가 입을 꾹 다문 채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킨다.)


말을 아끼고, 온전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말을 하고 있다.)


상대가 말을 하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던지거나, 다음 할 얘기를 생각하는 것은 상대도 다 느끼기 때문에 관계 유지에 있어 좋지 않다.

(빈아가 듣고 있다.)


그리고 들어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 바로 물어봐 주는 것이다.

(빈아에게서 물음표가 튀어나온다. ‘궁금한데’ 하고 고민하는 빈아.)


상대가 바라는 질문을 딱 알맞게 하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나는 너의 이야기가 궁금해'라는 뜻은 전할 수 있으니까.

(물음표가 떠다니다가 서서히 상대에게로 간다. 물음표가 상대에게 더 가까워졌다. ‘물어볼까?’ 하고 망설이는 빈아.)


그러나 질문은 언제나 섣부르고 어렵다. 꼭 멋진 질문이 아니어도 되는 데 말이다.

(‘아니다, 물어보지 말자!’ 하고 물음표를 붙잡는 빈아.)


분명한 건, 서로 질문이 오가는 관계가 그 무엇보다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서로에게 질문을 많이 해주자.

(물음표를 두 손으로 전달하는 빈아. 친구가 미소 지으며 받아준다. ‘물어봐줘.’라고 말하는 친구.)


그리고 그 답변을 잘 들어주자.

(친구가 빈아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서로 미소 짓고 있는 두 사람.)


 내가 얘기를 하고 있던 도중 상대가 갑자기 자기 얘기를 시작할 때가 있다. 그러면 이 사지금 내 얘기를 듣지 않고 있구나, 내가 말하고 있을 때 뒤이어 자기가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어 체념하고 들어주게 된다. 그렇게 이어가는 관계, 즉 대화의 양이 맞지 않는 관계는 자주 만나기 어렵고 오래 지속되긴 더더욱 어렵다. 쉽게 끊어낼 수 없는 관계라면 기대하지 않는 게 답일 수 있는데, 이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감정 소비다.


 그래서 나는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대화할 때마다 내가 잘 들어주고 있는 건지에 대한 점검을 수없이 한다. 물론 억지로 하지는 않고, 노력한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할 때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 되었고, 오히려 하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요구되고 있다. 섣부른 조언과 가벼운 질문들이 되려 상대에게 가시로 꽂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각자가 자기에게 닥친 문제의 해결책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털어놓는 경우, 우리의 말은 참견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걸 상대가 온전히 수용해 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 뿐이고, 돌아오는 반응이 어떻든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대화는 말하고 듣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지금 '누가' 말하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내가 '들을 차례'인지를 아는 게 참 중요하다.


 그리고 대화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그 대화에서 어떤 질문들이 오갔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잘 들어주는 것만큼 잘 물어봐주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질문들은 그 관계를 견고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서로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기엔 요구나 강요, 질투가 없다. 질문하는 사람도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음표를 던지고, 상대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답한다. 그러니 오늘의 대화에서 당신이 어떤 질문을 던졌고 상대는 어떤 질문을 해줬는지 되짚어 보다 보면 그 관계의 수명이 얼핏 보이게 된다.


 건강한 질문을 많이 해주고 그 답변을 잘 들어주는 사회가 되길, 거기에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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