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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Nov 30. 2023

외로움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11/30 업로드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웃고 있는 빈아.)


마치 외롭지 않은 것처럼, 힘들지만 괜찮은 것처럼 환하면서도 희미한 미소로 웃는 얼굴. 그래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스쳐 지나가다 마주한 얼굴이 그리 안쓰럽지 않은 것.

(카페에 앉아 있는 빈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외로움은 그리 웃는 얼굴로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었다.

(창문 밖에서 바라본 빈아.)


힘들다고 얘기하면 찌질해 보일까, 상처받았다고 하면 속 좁아 보일까, 정말 닮기 싫은 이를 닮아가면 어떡하지 하며 계속 걱정하게 만드는 것.

(빈아 옆모습.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날리고 있다.)


그렇게 꽉 뭉친 것이 가슴을 짓눌러 어서 작은 나의 손으로 진정시켜 주고픈 감정. 쓱- 쓸어내리며 다독여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빈아 뒷모습.)


또 찾아왔구나 하는 달갑잖은 느낌. 그러나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체념.

(턱을 괴고 책을 읽는 빈아.)


'나, 외롭구나 지금.' 하고 깨닫는 순간 밀려오는 두려움. 그래서 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그래야만 하는 것.

(책 속에 얼굴을 파묻는 빈아.)


바라건대, 혼자 있는 시간에 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자기를 사랑해 주는 것이 '외로움'이었으면. 그래서 나는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되었으면.

(그대로 고개를 돌려 인형을 바라보는 빈아.)


작고 귀여운 인형 하나에도 위로받는 자신을 대견하지, 하찮다 여기지 않았으면.

(인형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빈아.)


 외로움은 어느 순간 단발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외부로부터, 혹은 내부의 변화로 인해 차곡차곡 쌓인 것을 갑자기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미 속이 텅 비어있었음을 인지하고 새롭게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스스로의 상태를 직관하고,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간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얼굴은 그걸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미소를 지으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거짓말한다. 남들도 다 이러고 살겠지, 어디 얘기하기엔 특별한 계기가 없었는걸, 곧 나아질 거야. 수많은 오산들이 나를 계속 착각 속에 빠뜨린다. 그러다 결국 부정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외로움이 견딜만할 때도 있다. 너무나 익숙한 감정이어서도 있고, 가까운 지인을 만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아주 쉬운 방법으로 해결되는 수준일 때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했는데도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공허함의 정도가 생각보다 깊다면 어서 스스로를 다독여줘야 한다.


 사람의 주먹이 심장의 크기라고 했던가. 그러니 손바닥을 펼치면 그 심장을 다 감쌀 수 있다. 그렇게 토닥토닥, 쓱쓱 교감하며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방법으로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다. 심지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에 이른다. 갑자기 침대 구석에 있던 인형들이 귀여워 보이고, 이불 속이 포근하다. 아침에 맞는 햇살이 따사롭고, 창을 열어 바람을 맞고 싶어진다. 맛있고 건강한 식사와 상쾌한 산책을 하고 싶어지고, 고맙고 미안했던 사람들에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리 대견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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