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진 가둬놓고 공부만 하라고 하더니 이젠 알아서 하라고 하는, 학생도 성인도 아닌 그 언저리의 나이야. 막상 놀라고 풀어놓으면 놀아도 되는 건지, 어떻게 놀아야 제대로 노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교수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 화면에 '대학생'이라는 키워드가 보인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룹별로 놀고 인증 사진 남겨오세요!,
(화면에 '오늘의 과제 / 1. 놀기 / 2. 사진 찍기'가 적혀 있다.)
그날 우리는 수업이 끝난 직후 곧장 학교 안 카페로 가서 김밥을 샀다. 그리고 학교 앞 벤치로 향했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밖을 나서는 빈아. 손에 김밥을 들고 있다.)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나무와 햇빛을 바라보는 빈아.)
너무나도 정당한 '쉼'이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빈아와 친구들, 그리고 그 주위의 풍경들.)
비전문가에게 요구하는 창의력뿐만 아니라 순우리말과 같은 출처 없는 자료의 사용 등 '사고와 표현' 교양 교수님의 말씀은 우리를 여러 번 일깨웠고 반성하게 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게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주신 과제가 그것이었다.
'오늘의 과제는, 노는 것입니다. 그룹별로 놀고 나서 사진을 남겨 오면 됩니다.'
작오로 과제란 리포트, 창작물, 토론 등과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는가. 노는 게 과제라니. 우리는 모두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뒤이어 든 생각은 '노는 게 뭐지? 뭐 하고 놀아야 하지?'였다.
그날의 수업은 '대학생'이라는 키워드로 진행됐다. 대학생은 고등학생을 지나 성인이 되었지만 그전까지갇혀서만 지내온 사람들이다. 공부만 해야 했고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야 했으며, 그렇게 목표를 이루고 났더니 이제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고 하는 상황에 놓인 집단들. 갑작스러운 책임감에 우왕좌왕하다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는, 그래서 학업도 챙기며 노는 것도 놓지 말아야 하는 의무도 있다.그래서 막상 놀라고 풀어놓으면 진짜 놀아도 되는 건지 의심을 하게 된다. 심지어 몇몇은 어떻게 놀면 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길 바란다. 교수님은 그런 애매한 위치에 있는 우리에게 '정당하게 쉴 권리'를 주셨다. 그저 과제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놀 권리를 챙기라고.
그날 수업이 끝난 직후 우리 팀은 학교 밖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으며 쉬기로 했다. 그래서 학교 안 카페에서 파는, 맛있기로 소문난 김밥을 사서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앉았다. 그리고 사진을 남겼다. 사진 속엔 아직 뜯지 않은 김밥과 앉아있는 우리들, 나뭇잎을 비추는 햇살과 풍경이 담겼다. 우린 그렇게 평화로운 곳에서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고, 그렇게 '놀았다'. 정말 멋진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