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글

2023/07/22_오후 1시 7분

by 빈아

이 더운 여름, 나는 인생에서 가장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제 애정 하는 사람들과 술과 함께 대화하며 느꼈다. 내가 지금, 이 현재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그 무엇보다 아끼고 있다는 것을.


대화가 좋다. 사람이 좋고 그 안에 있는 내가 좋다. 혼자인 것도 좋고, 때론 깊게 빠져버리는 나의 고독도, 그 고독을 다정히 안아줄 수 있는 나도 참 좋다. 이렇게 부드러운 잉크 펜으로 글을 쓰는 것도 진짜 격하게 좋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한때 부정하고 살았었다. 좇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 존재를 망각하며 내 옆을 태연히 지나가는 바람을 느낄 여유가 없었고,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성공과 과정만 있을 뿐이다. 무엇이 성공인지, 무엇으로 성공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 과정을 아낌없이 섬세하게 느낄 거라는 것. 소중히 여길 거라는 것. 그래서 무너지고 싶을 때가 와도, 그걸 혼자 감당할 수 없어 휘청거리게 되더라도 그런 나를 아껴주는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용기 또한 잃지 않을 것임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따르는 두려움을 늘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해보는 내가 되자고 다짐하는 요즘이다. 그와 동시에 잘하고 싶어 하는 나의 쭈글한 마음도 사랑해 주자고, 더욱 굳게 다짐한다.


이렇게까지 가는 시간이 아깝고 소중했던 때가 있었나. 소중하다. 지금과 그 지금에 온전히 서 있는 나.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지 않는 나.


이 잉크 펜이 4B 연필과 같은 필통에 있다 보니 그 냄새가 스며들었나 보다. 연필이 가끔 자기의 존재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각인시킬 때가 있다. 그 각인을 받을 때면, 묘하게 과한 기운으로 각성한다. 노트북보다 펜이, 펜보다 연필이 (다시) 편해지길 바란다. 섭섭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그들을 칼로 쓱쓱 깎는 게 항상 또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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