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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Oct 27. 2023

이왕 할 거 잘하자

5. 대학 생활 _ (3) 화장실 퀴즈쇼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10/27 업로드


5-(3) 이왕 할 거 잘하자 _ 화장실 퀴즈쇼


수업 시간부터 시험 때까지, 그 어떤 과목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이 있었다.

(학교 독서실, 빈아가 공부를 하고 있다.)


바로 '한국복식사'라는 전공 수업이었다. 이 수업의 시험이 다가올 때면 정말 엄청난 학구열이 온 학교를 감싸고도 남았다.

(독서실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열정에 불타고 있는 학생들.)


그도 그럴 것이 이 강좌의 시험 유형은 모두 주관식, 서술형이었다. 그래서 시험 범위의 모든 내용을 다 암기해야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암기를 하고 있는 있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내 나름 요점 정리를 하며 시험 2주 전부터 열심히 반복해서 외웠다.

(노트를 옆에 두고 요점 정리를 하는 빈아. 옆모습.)


장담하건대, 여기까지만 했다면 나는 아마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공부하는 빈아의 앞모습.)


시험 전날, 동기들과 학교 독서실에서 철야를 하며 서로 배운 내용을 점검해 줬는데, 특히 화장실에 모여서 했던 퀴즈쇼가 우리의 실력을 한 단계씩 높여줬다.

(화장실 파우더룸에 다 같이 모여 있는 빈아와 친구들. 다들 교제를 들고 있다.)


우리 과가 속한 건물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장실이 정말 깨끗하고 넓었는데, 어딜 가나 조용히 해야 했던 시험 기간에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친구가 빈아에게 퀴즈를 내주고 있다.)


그곳에서 우린 서로 문제를 내주며 재밌게 공부했고,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부분들을 집어낼 수 있었다.

(시험 직전에 다시 볼 내용을 체크하고 있는 빈아.)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우리는 그 퀴즈쇼 덕에 답안지를 꽉꽉 채워 나올 수 있었다.

(시험지에 답을 적는 빈아의 뒷모습. 미소를 짓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국복식사'라는 전공 수업이 있었다. 말 그대로 한국 복식의 역사를 배우는, 이론 수업이었다. 열정 가득한 교수님을 필두로 우린 시험까지 경주마처럼 달렸다. 교제에 담긴 내용만으로도 이미 넘치게 많았는데 필기할 것들도 많아서 수업시간 내내 집중의 끈을 한순간도 놓지 못했다. 그래서 수업시간부터 시험 때까지, 다른 강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이었다.


 이 수업의 시험 유형은 모두 주관식, 서술형이었고, 질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빠짐없이 답하다 보면 한 문항당 세네 줄은 기본으로 채워졌다. 이 말은 즉, 시험 범위의 모든 내용을 달달 외워야만, 그래서 답안지에 꼭 필요한 키워드들을 최대한 다 적어야만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음이었다.


 나는 시험 2주 전, 교제와 노트를 펼쳐놓고 줄글로 된 내용을 보기 쉽게 노트에 정리했다. 사진 자료도 다 봐야 했기 때문에 그 자료들을 그대로 복사해서 오려 붙이며 나만의 언어로 정리했다. 목차에 따라 세부 목차를 설정하며 키워드들을 빠짐없이 넣되 불필요한 조사들을 없애 간결화했다. 그렇게 2주 동안 다른 수업과 과제도 소화하면서 그 노트를 계속 반복해서 봤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나는 그 시험에서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그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던 비결은 시험 전날, 동기들과 함께 학교 독서실에서 철야를 하며 외운 내용을 밤새 점검한 점에 있었다. 특화장실에서 펼친 퀴즈쇼가 엄청난 효과를 낳았다.


 우리 과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에 위치해 있었고, 화장실이 어느 백화점 못지않게 좋았다. 특히 5명 정도 모여 있기에 충분한 넓이의 파우더룸이 있었는데, 그곳이 그 수업의 중간, 기말고사를 책임졌다. 다른 로비나 복도, 강의실도 있는데 굳이 화장실을 택한 이유는 시험 기간이라 어딜 가나 조용해야 했고, 유일하게 말로 떠들며 서로 퀴즈를 내줄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 문제를 내주며 제대로 공부했는지 점검할 수 있었는데, 잘 외웠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막상 물어보니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퀴즈 오답들에 진하게 체크하며 시험 직전까지 꼼꼼히 다시 봤다. 그렇게 다음날 12시, 시험 시간이 찾아왔고 우리는 그 퀴즈쇼 덕에 시험지를 꽉꽉 채 뿌듯하게 나올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물론 지금 그때 배웠던 내용을 말해보라 하면 그걸 배웠었냐고 되려 반문할 정도로 거의 모든 기억이 날아간 상태지만, 친구들과 함께 시험 스트레스를 유익하고 재밌는 퀴즈쇼로 날려 보냈었기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오래도록 기억것 같다. 성적을 잘 받고 싶어 하는 욕심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좋은 성적과 더불어 추억까지 얻어갔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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