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글
2023/08/21_저녁 7시 21분
방금 이 신성한 스케치북에 레드벨벳 케이크를 흘렸다. 아, 케이크도 신성한 것인가.
오늘 퇴근길에 운전을 하는데 너무 졸려서 혼났다. 수없이 다닌 익숙한 길인 데다 일하고 오는 길이라 피곤하기도 했을 테지. 그러나 너무 위험해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교정 때문에 껌은 못 씹고, 오늘 집 가는 길에 사탕이라도 사야겠다. 신맛이 나는 것으로.
요즘 내 친구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누구는 잦은 출장에 사건 사고에, 면담과 회의의 반복이고, 누구는 소화가 잘되지 않아 토하길 며칠째. 또 다른 친구는 최근의 나처럼 엄마와 다투고 급하게 자취방으로 피신했고, 쳇바퀴 굴러가듯 찾아오는 출근 시간에 끙끙거리는 친구도 있다. 그렇게 각자의 푸념들이 채팅창에 쌓였고, 나는 결국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적지 못했다. 그래도 이 중 한 명이 이번 주에 생일이라 조만간 모이긴 할 것 같다. 우린 서로의 생일 때마다 잘 만나 왔으니까.
상대적으로 스케줄이 자유로운 나는 이런 상황에 강요 없는 의무감을 느낀다. 뭔가 시간과 장소를 물색해서 모임을 주선해야 할 것 같다. 다들 좋다고 해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의무감이 싫은 건 아닌데 혹시라도 내가 그래 주길 바랄까 봐, 그게 걸릴 뿐이다. (그럴 친구들이 아니라 괜한 걱정일 확률이 높다.) 6월에 일본에서 사 온 선물들을 아직도 나눠주지 못해 그런 것도 있다. 줄 시기를 애매하게 놓친 탓에 주고 싶은 마음 자체를 쓸데없이 오랫동안 들여다봤다. 이게 혹시 이기적이다, 부담스럽다, 보답해야 할 것만 같다는 말들과 연관이 있을까 봐 주저하는 마음만 커졌다. 그 전에 줬어야 했는데. 이렇게 아끼다 줄 만큼 특별한 것도 없는데. 그 안에 같이 넣은 편지의 내용도 근 두 달의 일들을 반영하지 못한 말들이다. 그래도 난 조만간 볼 그날에 주섬주섬 챙겨 가겠지. 타지에서 너희를 떠올렸다며 수줍게 건네겠지.
받아줄 거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