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여름의 오면 생각나는 드라마 중 하나는 매력적인 여배우 쿠로키 하루가 주연한 <나기의 휴식>이다. 주인공인 나기는 회사와 가족, 사람들에게 받은 커다란 스트레스로 인해 실신을 한 다음 사표를 쓴다. 더운 여름 봇짐을 짊어지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골로 내려가 한 칸짜리 싸구려 방을 빌린다. 나기의 휴식은 그렇게 순탄히 시작하는가 하지만, 돈이 떨어지고, 전 남자 친구가 찾아오는 등 피할 수 없이 맞서야 하는 상황들을 맞이한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있었으니 그건 휴식이라기보다는 휴가에 더 가깝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기는 그 여름의 휴가를 통해 다시 일상과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영원한 안식이 아닌 휴가는 어찌 되었든 다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있는 시간이다. 게으르고 사치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에너지를 잘 저장해 놓았다가 풀어놓을 수 있는 힘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오래전부터 계획해 놓은 휴가를 잘 다녀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 올해 모두의 휴가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퇴사를 결정하고 연차 소진을 위해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의 휴가라는 단어에 걸맞게 평일에 동해의 바닷가를 찾았다. 주목적은 서핑 강습을 받기 위해서였다. 온몸으로 받는 파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그렇게 자세히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 밖에서, 물 안에서, 물 위 보드에 올라타서 여름을 흘려보냈다. 하루 종일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찰랑이는 물이 있는 게 그렇게 좋은지도 지금껏 잘 몰랐었다. 화끈거리고 껍질이 벗겨지도록 까맣게 탄 피부 때문에 휴가 다녀온 티를 너무 냈나,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른 회사로 출근하며 또다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던 것도 오늘의 내가 힘을 냈다기보다는 휴가 내내 가지고 있던 여유로운 마음 덕분이었을 거다.
지난달에는 독일에서 일을 하시는 아주버님이 한국에 오셨다. 코로나 때문에 이 년인가 삼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셨다고 했다. 얼마나 오래 쉬시냐 물으니, 보통 3~4주 정도의 휴가를 매년 낼 수 있다고. 한국에서 3주, 돌아가서 1주일의 휴가라니. 쉰다는 행위에 대한 부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잘 쉬는 것은 일 년에 휴가가 한 달이면, 그것도 이어서 쉴 수 있는 휴가가 한 달씩이나 있으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훨씬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