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
평소 일기를 꾸준히 쓴다든지 하는 좋은 습관이 나에게는 없기 때문에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연말에는 잠깐이라도 한 해를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은 아니다. 나의 일정들은 늘 사용하는 구글 캘린더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휴대폰 어플을 켜서 달력을 휙휙 뒤로 넘겨 보기만 하면 된다. (이 글을 쓰다가 이제부터 구글 캘린더 메모에라도 짧게 하루의 감상을 기록해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하루들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아니어도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고,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기억은 휴대폰의 사진첩을 열어 보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되짚다 보면 한 해를 흠뻑 적셔 놓았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sns에는 각자의 일 년을 되돌아보는 글들이 올라온다.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소비 등 한 해 내내 문득 떠오르는, 인상적이었던 콘텐츠들을 공유한다.
나에게 2025년은 이런저런 카테고리를 나누는 대신 <올해의 사건-작은 인간!>으로 좀 뭉뚱그려 기억될 것 같다. 1월 말쯤 알게 된 임신 사실을 시작으로 아기의 100일을 목전에 두기까지 올해 365일 나의 모든 것이 작고 새로운 인간 위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폭풍 같았던 입덧을 하고, 배가 잔뜩 불러 휴직을 했다. 다 너무 처음 경험했던 일이다. 물론 재미있게 읽었던 책도 있고, 좋았던 영화도 있고, 여러 번 시도해서 자신이 생긴 요리 메뉴도 있지만 뱃속에서부터 이 작은 인간과 지지고 볶은 시간 자체가 너무 압도적으로 큰 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운이 좋게도 가까운 친구들이 한 달, 두 달, 다섯 달 차이로 아기를 낳았다. 다들 인생의 큰 사건을 겪고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사실상 < 올해의 사건들-작은 인간들!>인 셈이다. 주변에 아기 친구들이 많으니 비슷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혼자서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기들 보는 재미도 있다. 두 달 후면 저쯤 커 있겠거니, 정말 대단해, 한 달 전에는 이랬지, 벌써 그리운 마음까지 든다. 물건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옹알이를 하는 모습은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올해의 작은 인간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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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올해의 음료는 꼭 하나 꼽아놓고 넘어가고 싶다. 태교 여행에서 발견해 마신 논알콜 맥주다. 일본은 식당에서도 논알코올 맥주를 많이 팔기에 매 식사 때마다 마셨다. 이 얼마나 그리운 청량함인지..! 참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불을 켜고 논알코올 맥주를 비교하다 아사히 제품을 발견했는데, 진짜 맥주같은 맛이 나는 논알콜 맥주로 지난한 금주의 기간에 눈이 번쩍 뜨이고 광대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파란 색 캔입니다.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