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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부분 Aug 08. 2018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밤을 기다린다

여름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밤을 기다린다.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밤을 기다린다.

밤이 시작되면 많은 것들이 무척 짙어지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어둡을 입고 감춰지며 무한한 상상이 감춰진 것들 위에 덧씌워진다. 그래서인지 밤은 툭하면 음울하고 부정적인, 춥고 알 수 없는 시간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밤을 기다린다. 달아올랐던 대지는 조금이나마 식혀지고 공기는 가라앉는다. 정신없이 뜨거웠던 한낮의 정수리가 주저앉는 시간. 살갗에 달라붙는 끈끈하고 묘한 기류는 두셋이 모여 도란하게 나누는 이야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채 식지 못한 경계석 덩어리에 맨 허벅지를 대고 앉아 차가운 맥주를 정신없이 들이켤 수 있는 시간을 어찌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공기 속을 헤엄치듯 몽롱하다가도 눈치 못 챌 바람 한 줄기에 눈을 끔벅이고 내뱉어진 한숨들은 허공에 먹혀버리는. 조금 늘어지고 느려진 몸으로 가만히 멈추어 많은 것들을 붙잡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여름밤이라는 시간의 큰 즐거움이다.


물론 너무나 더워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일종의 악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몽롱하게 깨어나 냉장고를 열고 비운 땀을 다시 시원한 물 한 컵으로 채우고 다시 잠드는 꿈을, 사실은 어쩔 수 없으니.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근처의 공원이나 강변으로 잠시 산책을 나가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 밤에는 깨어 있는 것들이 많아 잠시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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