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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Aug 08. 2018

너와 나도 그곳에 있었다

여름밤



무더운 여름밤. 많은 사람들은 한강을 바라보며 다리 아래 돗자리를 깔았다. 아니, 때로 벤치에 앉거나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기도 했다. 더운 공기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은 조금 더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들끼리 편한 복장으로 산책을 나와 잠시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왁자지껄 떠들기도 했다.


너와 나도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해가 가라앉은 짙은 밤, 자전거를 타고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앉았다. 한강이 좋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앉게 된다는 점이 좋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 건너편 건물들의 반짝이는 조명들을 바라봤다.


서울의 풍경 앞에서 우리는 살고 싶은 장소에 대해 이야기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말했다. 긴 삶의 시간들을 시기별로 나눠 분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떠한 경계선을 막 지나고 있던 때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단을 넘어서고 있었다. 잠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순간의 우리를 보고 싶다. 우리가 지금보다 서로에게 낯설었던 그때. 그때 그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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