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어지럽다 해도, 충분하다.
잘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싫은 것들이 있다. 싫어하니 또 잘 하게 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지고, 또 잘 하지 못해서 싫어.. 이 굴레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나는 점점 더 그런 것들로부터 멀어진다.
나에게는 정리정돈이 그런 것들 중 하나이다. 잘 하고 싶어 몇 번이고 덤벼들어 보았으나 늘 튕겨나가 내팽개쳐지고 말았다. 설거지한 그릇을 말려 찬장에 넣어놓거나 빨래를 건조대에서 내려 개켜 넣는 일, 책장에서 뺀 책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일 등이 그것이다. 어차피 다시 쓸 것을 누가 보지도 않는데 잘 정리해 놓기란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부지런 떠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덕목이 더 있는데, 잘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각종 납입 고지서가 책상 위에 쌓여가고 분리수거를 매일 하지 않는다면 점점 집은 지저분해진다. 사용하지 않는 옷과 물건들은 내다 팔 거나 버린다. 써 놓고 보니 잘 버리는 것도 부지런함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정리정돈을 정말 잘 하기로 소문난 누군가는 오히려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가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물건 등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찾기 어려워서 불편하지 않냐고, 아쉽게도 나는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나 같은 자취생의 집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다는 것은, 드러나는 부분들이 어지럽다 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부디 알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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