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커
김치찌개, 김밥, 우동, 오믈렛.. 메뉴판에 여러가지 메뉴가 있는 집보다 한 가지 음식만 파는 곳이 진정한 맛집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주방장의 손맛과 재료의 질이 좋다면야 뭐, 이것저것 시켜놓고 먹어도 맛있는 다른 의미의 맛집이 아니려나. 김치찌개를 먹다가도 리코타 치즈 샐러드 생각이 나는 사람들을 위한 맛집.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냥 그렇다는 소리다.
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멀티태스커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멀티태스커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하나씩 쓱쓱 골라 시나브로 처리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나의 모니터를 관찰해 보자. 위로는 10개 이상의 크롬 창이 켜져 있고(10번째 탭과 2번째 탭이 비슷한 내용을 포함한 경우가 많다), 아래로는 카카오톡, 다이렉트 메시지 답장이 지체되지 않으며 그 사이에는 글을 쓰거나 사진을 만지거나 영화를 보거나 과제를 하거나 메일 답장을 보내고 있다. 급하고 명확한 우선순위가 없을 때, 이렇게 나의 집중력은 퐁당퐁당 이곳저곳으로 옮겨간다.
하루, 일 주일, 한 달을 들여다보아도 마찬가지다. 흘러가는 나의 시간에는 여러 종류의 것들로 범벅되어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의 경계를 찾기 어렵다.
이런 나와는 정반대로 N은 일할 때 카카오 메신저창을 켜 놓지도, 탭을 여러 개 띄워 놓지도 않는다. 외부의 소리를 거의 완벽히 차단하는 이어폰을 끼고, 화장실도 가지 않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여 처리해 낸다. 늘 하나의 일을 끝내고 다른 하나를 시작한다.
언제인가는 그런 유형의 집중력이 부럽고 멋져 보였다. 관심사가 빠르게 변하는 나는 산만한 사람인가, 나의 습관을 돌아보고 반성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멀찌감치 떨어져 보니 나는 그저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리 퐁당 저리 퐁당, 퐁당거리며 사는 사람일 뿐.
보통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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