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부분 Feb 13. 2019

혼자 먹어도 좋고 여럿이 먹어도 좋다

떡볶이

 나는 밥이 좋다. 개수대에서 몇 번 씻어낸 쌀이 밥솥 안에서 부그르르 끓어오르는 소리, 몇십 분 남짓 물을 먹고 부드럽게 윤기나는 밥을 마주하면 괜스레 일 년의 계절이 생각난다. 숟가락을 들어 크게 뜬 밥을 합 하고 입 안으로 집어넣는다. 따뜻하고, 달고, 햇빛 아래 바람을 맞아 단단해진 쌀알들이 꿀떡꿀떡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밥알의 따스함이 위장을 덥히면 시들하고 저릿햇던 나의 몸은 가을의 논둑 위 자전거처럼 또렷해지고 빨라지고 즐거워진다.


 그런 밥알이 가진 에너지가 꾹꾹 눌리고 뭉쳐져 있는 음식이기에, 나는 떡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순수하게 응축된 쌀의 최고로 칠 수 있는 것은 역시 가래떡. 그리고 가래떡을 이용한 최고의 음식은 누가 뭐래도 떡볶이다. 소스에 푹 찍은 떡을 입 안에 넣으면 미끌거리며 입안 가득 퍼지는 맛, 쩍쩍 소리를 내며 씹을 때 이에 느껴지는 감촉, 호호 부는 입김에 배인 향까지 무엇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점이 없는데, 떡볶이의 으뜸가는 매력은 역시 다른 맛들과의 조화가 아닌가 싶다.


 떡볶이에 들어가는 기본 양념은 고추장이지만 간장, 기름, 심지어 짜장이나 카레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떡이 가지는 쫀득하고 탄탄한 본성 덕이다. 게다가 어울리지 않는 분식이 없다. 간단하게 먹고 싶을 때에는 어묵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을 때에는 라면사리나 김밥, 고소하고 심심한 맛이 생각날 땐 순대와 먹는 식이다. 혼자 먹어도 좋고 여럿이 먹어도 좋다. 마실 것? 사이다, 콜라, 맥주, 소주, 와인까지 안주로 소화할 수 있으니 말 다 했다.


 떡볶이에 대해 적어내리다 보니 내 주변에는 떡볶이를 닮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혼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개성있지만 주변과의 조화도 잘 이루는. 다른 공통점을 꼽으라면 또 떡볶이를 그렇게 좋아한다. 좋아하면 닮는다더니!



보통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Instagram btng_text  

매거진의 이전글 퐁당거리며 사는 사람일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