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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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려 눈을 떴다. 오전 여섯 시 이십 분. 세 번째까지는 끄고 다시 잠든 것 같은데, 최후의 보루로 남긴 마지막 알람에는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소중한 반반차를 고작 지각으로 낭비할 수는 없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한다. 옷을 입고 전날 싸 놓은 도시락을 들고 지갑과 핸드폰을 대충 챙겨 집을 나서는 시간은 여섯 시 오십 분. 모든 일은 신속하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회사에 도착할 즈음 머릿속의 회사 스위치를 켠다. (주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시작되고 끝나는)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시간이 되면 간단히 도시락을 먹는다. 점심시간은 이상하리만큼 아주 빠르게 지나가서 조금이라도 글을 쓰거나 기사를 읽거나 사진을 몇 장 열어 보면 끝이 난다. 정시퇴근을 하는 날이면 그래도 오후가 금방 지나가지만 야근이 확정된 날에는 일이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
야근하는 날, 야근 안 하는 날, 또 야근하는 날... 그렇게 일 년 하고도 사 개월쯤 체감해 본 회사라는 시스템은, 규모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이랬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남인 사람들-이 모인다 ->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결과물을 생산한다(가장 많은 상황들과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부분) -> 순이익을 이런저런 사규 또는 계약서에 근거해 분배한다
위의 과정들이 회사가 태어나고 없어지는 순간까지 반복되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가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기준으로 인력을 분배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업무 효율을 위해 여덟 시까지 출근을 하라면 그냥 그래야 하는군, 특정한 일을 잘하면 몇 달이고 그 일만 한다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늦도록 야근하고 휴일을 빼앗기는 사람들. 그들 모두 바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틀 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나는 왜 회사를 다니나?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배우기 위해, 누군가가 꼬셔서 입사,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사회생활의 첫걸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어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회사라는 집단보다는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이 좋다. 앞으로 어느 회사에 다니든 나를 만나고 같이 일할 사람들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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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간다'는 말에 비해 '일을 한다'는 아주 능동적인 어감으로 다가온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생산적인 활동들. 자율적이고 개인적인 일련의 행동을 통해 결과물이 나오고 그것의 가치가 평가되어 스스로가 조금씩 쌓이는 것. 그러니까 일을 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해야지, 회사 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