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초등학생 부빈은 손바닥만 한 작은 <테스트 북>을 들고 다니며 스스로의 마음 들여다보기를 좋아했다. 테스트는 심리 테스트일 때도, 사랑 테스트일 때도, 행운 테스트일 때도 있었다. 테스트 북을 펼치고 갱지에 인쇄된 항목들에다가 몽당연필로 야무지게 체크를 해 가며 거기에서 시키는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나의 성격이라든지 좋아하는 애와의 연애 가능성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척 나왔다. 그래서 나는 나와 관련된 무언가가 궁금해지면 종종 그런 테스트를 하곤 했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좋아했던 초딩 부빈은 커서 사회인이 되었고, 완벽한 쫄보로 자라났다. 쫄보임과 동시에 쫄보가 아님을 연기하지도 못하는 우당탕탕 초보 사회인. 인생이 좀 덜 풀리는 것 같은 때마다 나는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나 안절부절못하는 나의 이 성격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누구누구라고 있는데, 걔랑 나랑 성향이 좀 잘 맞는 것 같아.
-오, 걔 MBTI가 뭔데?
-MBTI가 뭔데?
친구들 그리고 SNS 사이에서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라 하는 것이 대유행하는 중이다. MBTI는 오래전(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만들어진 성격 유형 테스트로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조금 웃기게도, 핸드폰을 잠깐 들여다보아 십 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질의응답을 완료하면 자신이 어떤 유형의 성격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당연히 MBTI만으로 모든 사람을 구분 지을 수 없고 처한 상황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다른 성향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검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글쎄, 아 맞아 진짜 그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나는 8 to 5인 회사원이지만 내 꿈은 시골에서 옥수수를 키우는 농부다. 많은 사람들과 엮여 살고 싶지 않지만 남들이 나에게 하는 말과 행동에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다. 조금만 속상해져도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가끔 화장실에 들어가 남몰래 엉엉 운다. 옳지만 싫은 소리 하는 게 어렵고, 지나간 실수에 대한, 오래된 걱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상상들을 자주 하고, 아닌 척하고 싶지만 관종임을 이제는 인정한다. MBTI에서 설명하는 대로, 나는 INFP다.
친구와 관계가 유지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관계란 건 지속적인 노력 아래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태어나고 자란 세상이 다른 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둘 중 누군가가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나 같은 성격을 이해하거나 견딜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내가 노력해서 견딜 수 있는 사람과 견디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의 관계는 나누어졌다.
새로운 만남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겐 사람 성격에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딛고 마음을 여는 것이 꽤나 큰 도움이 된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큰 위안이다. 그러나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MBTI만으로 정의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상극인 성향이니 어쩌니 해도, 누구보다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결국 끊임없이 스스로를 알아가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한 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