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썼고- 야자 시간에 친구들과 돌려 가며 신나게 맞고를 치곤 했다- 오랜 시간 아이폰을 사용했지만, 스크린 타임(2018년 아이폰 소프트웨어 ios12로 업그레이드되며 처음 생겼다)이라는 기능을 신경 쓰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스크린 타임은 내가 하루에 휴대폰을 얼마나, 어떤 기능을 쓰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앱이다. 기본적으로 파랑, 하늘, 노랑, 회색 네 가지 색으로 분류되어 표시되는데, 차례대로 엔터테인먼트, 소셜 네트워킹, 생산성, 기타 등등 순으로 분류별 사용 시간을 알려 준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어플을 얼마 동안 켜 놓았는지가 세세하게 나오고, 하루에 화면을 몇 번 두드려 열었는지, 알림은 어디에서 몇 번이나 왔는지가 나온다. 휴대폰과 너무나 밀접하게 붙어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나도 모르는 나의 하루가 기록되는, 어쩌면 좀 소름 돋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타임 기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까닭은 일종의 경각심을 가지고 싶어서다. 지난주 나의 일일 평균 스크린 타임은 5시간 37분. 6시간이 넘어가는 날도 있다. 하루의 절반을 일하는 데 쓰고 1/4을 잠을 자는 데 쓴다고 하면, 대강 남은 1/4은 핸드폰을 붙잡고 화면을 들여다보는 데 쓴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내가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SNS인 인스타그램을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다.
내가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에는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많이 찍지만 정리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찍었던 사진과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줬다. 사진과 글을 올리고 나면 소수의 가까운 사람들이 ‘좋다’는 표현을 남겨 주었고 나도 지인들의 소식에 힘들이지 않고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스치듯 보여주고 싶은 나의 부분을 보여줄 수 있고, 짧은 글도 쓸 수 있고. 나에게 SNS는 그렇게 순간들을 아카이빙해 놓는 곳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은 자본주의 사회에 맞추어 착착 진화를 거듭했다. 사람들은 플랫폼에 최적화된 광고 형식들을 뽑아내고, 플랫폼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스스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벌기 위한/소비를 하는 수단이 됐다.
돋보기를 누르고 스크롤을 내리면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을 알고리즘이 열심히 분석해 영상, 링크, 글, 사진들로 끊임없이 보여줬다. 스크롤을 내리면 또, 또 내리면 또 정보가 있다. 전 세계의 모든 드립과 귀여운 것들과 유머와 뉴스들이 매콤 짭짤하게 버무려져 나는 이 작은 화면을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게 SNS건 종이책이건, 늘 어떤 것에는 장단이 공존한다. 그러나 전화기에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친구의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환경이 너무나 편안해지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잊는다. 개중에는 잊어도 상관없는 것이나 잊어야 좋은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편리하고 유쾌한 것들에 묻혀 어떤 것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시간을 들여 좋다고 말하는 방법을 잊는다거나, 진심으로 슬픈 마음을 위로하는 말들이 없어진다면 역시 많이 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