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잘 지내느냐고 연락을 언제 마지막으로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떠오르면, 전화나 문자를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 피드로 먼저 들어간다. 피드엔 보통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 찍은 사진,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 다시 창을 닫는다. 유난스럽게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해서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기약 없는 약속을 하지 않게 됐다.
언제부터 우리는 안부를 서로의 SNS로 확인하게 되었을까. 그나마 가까운 사이라면 댓글을 달고, 그게 아니라면 좋아요를 누르고선 엄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넘긴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모습들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어도, 그게 그 사람의 근황이라 생각하며 몇 초 동안 눈길을 주고 바로 다른 게시물로 옮겨간다. 내가 다른 이의 일상이 궁금해 쏟는 시간은 고작 몇 초로 줄어들게 됐다.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그리고 이제는 모두들 정착을 한 모양인지 인스타그램에서 지낸 지 8년째. 인스타그램이 사진과 함께 공유되는 각자의 일기 같았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장에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이 나왔고,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수를 많이 받고 팔로워를 늘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각종 강의들도 생겨났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각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좋은 순간을 떼어다가 피드에 전시한다. 내 삶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싶은 그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얼마 전 추천을 받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봤다. SNS의 영향력은 컸다. 사람들은 도박장에서 레버를 내리는 것과 같은 심리로 피드를 새로고침 한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콘텐츠만 보게 된다. 세계는 양분화되고, 사람들은 더 외로워진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모두 SNS를 멀리하길 추천한다. 침대 안으로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뜨끔했다.
친구들과 떠드는 아지트였던 곳이 이제는 하나의 큰 쇼핑몰이 됐다. 광고가 많아졌고, 내 관심사와 관련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급한다. 이미 이들은 내 직업이 뭔지 어떤 곳에 돈을 쓰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치다. 책 대신 280자의 트윗을 한 바닥 읽는다. 영화를 한 편 보는 대신 1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20개 본다. 오래 한 자리에서 집중하는 일은 드물어졌다. 긴 글을 쓰는 일은 점점 더 어렵다.
자기 전에 휴대폰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없어서, 대신 알림을 껐다. 내 게시물에 달린 '좋아요'는 고맙지만, 누군가의 클릭이 있을 때마다 후다닥 달려가고 싶지는 않아서다. 내 옆에,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바라보고 싶어서다.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는 중에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내 세상은 이전보다 조용해졌지만, 그렇다고 비어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