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강원도의 첩첩산중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고향은 둥그렇게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흙냄새나는 바람과 잡초라도 자라나는 땅을 밟는 것이 익숙한 사람으로 자랐다. 조금이라도 비리면 해산물도 잘 먹지 못했고, 수영장을 가지 않는 이상 모여 있는 물을 보는 일 자체가 손에 꼽았다. 방학을 맞아 가끔 서해의 해수욕장에 놀러 가기도 했었겠지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바닷물을 호되게 먹고 속을 게운 순간뿐이다. 물과 바닷물은 정말 달랐다.
바다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종종 숨이 턱 막힌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수평선,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과 나 한 사람의 나약함, 존재의 의미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온몸으로 느껴진다. 비가 오는 날의 바다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바다를 대하고 나서부터는 바다에 무작정 몸을 담그기보다는 한 발자국 떨어져 그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해변에서 바다의 냄새가 섞인 바람을 맞고 물의 표면과 희게 부서지는 파도의 끝자락을 담는다. 배 위에서 물거품의 맑은 색과 물방울들이 만들어내는 무지개를 발견한다. 둥글게 깎인 조개껍데기와 작은 돌멩이를 주워 색별로 분리하고 물에 잠깐 담갔던 젖은 몸을 말린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거친 파도를 맞으며 서 있는 절벽을 구경한다. 그것으로도 나는 바다가 충분히 아름답고 대단하다는 걸 안다.
몸을 담그기 좋은 바다를 많이 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손꼽게 좋았던 바다들은 모두 섬의 바다였다. 오키나와의 바다가 특히 그랬다.
삼 년 전,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에 갔다. 애인과 나는 그곳에서 한 번 더 배를 타고 자마미 섬으로 들어갈 셈이었다. 섬의 바다는 조금이라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가 뜨지 않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순번을 기다렸는데, 다행히 딱 맞추어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갑판 위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바다의 깊고 짙은 색과 부서지는 파도의 흰색이 대비되어 눈이 부셨다. 도착한 섬에서는 해변 앞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장비 없이 텐트 하나만 달랑 빌려 지냈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퍼를 열고 나오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잠을 자는 게 처음이어서 마냥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가 운이 좋으면 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바다로 갔다. 해변은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로 하얗게 빛났고 바닷물은 너무 투명해 소금물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해변가에 뒹굴거리는 동안 바다가 나를 삼키려 들지 않았다. 고마운 바다였다.
꼭 헤엄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대단한 게 바다이지만, 이번 여름에는 오키나와에서 만났던 바다처럼, 조용히 나를 쓸어 주는 바다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2
최근 처음으로 해삼을 먹어 보았다. 꽤나 용기를 내야 했는데, 입 안으로 바다가 밀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