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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cent Dec 06. 2020

학고재 갤러리. 멀다. 그러나 가깝다. - 팀 아이텔展

팀 아이텔. 17년 11월.


2018년 3월 17일 instagram(bincent.kim) 작성





Architectural Study (Barragan), 2017, Oil on canvas, 240x20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주말에는 꼬박 꼬박 쉬면서 직장인이라는 핑계로 나가질 않다가 오랜만에 간 학고재.


평소 그림을 볼 때 나를 투영시켜보는 편이다. 작가의 배경이나 미술사적 의의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그 방법이 차라리 순수하게 작가와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팀 아이텔의 그림들은 그 방법이 너무 잘 와닿게 한다. 잿빛 하늘에 반 이상을 차지하는 짙은 땅. 후드를 입고 어정쩡하게 걷는 모습. 그 모습이 다시 반으로 잘림.


Double Landscape, 2017, Oil on canvas, 70x7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이 그림을 보면서, 무슨 꿈인지는 몰라도 부풀어있는 신입생 시절, 전역 후 미술 공부를 해보겠다고 쏘다니던 시절,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하고 목을 졸라맨 채 광화문, 여의도, 강남을 전전하던 얼마 전, 새 부서에 온 뒤 살면서 겪어본 적 없는 어리버리한 내 모습에 실망하던 바로 전날 저녁이 스쳤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삶이 그림처럼 잿빛이었던 것은 아니다. 굳이 정하라면 오히려 그 반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 사람이 그림 밖으로 나가고 나면 내가 저 자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Blue Bag, 2017, Oil on wood, 22x27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작가의 배경을 알고 나니 왜 그렇게 팀 아이텔의 그림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알 것 같았다. 디지털을 그렇게도 싫어해서인가보다. 라는 얘기를 스마트폰으로 SNS에 쓰는게 많이 부끄럽고 아이러니하지만 줄에 묶여 질질 끌려가는 거라는 변명을 해본다.

Architectural Studies, 2017, Oil on canvas, 70x7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어쨌든 어릴 때부터 티비나 피시방보다는 나가 노는 걸, 운동도 보는 것보단 하는 걸, 문자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직접 얘기를 좋아했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무엇에 대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하는 것보다 다수의 생각에 끌려가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는 너무 진부해서 하고 싶지도 않다. 이 밀물에 쓸려가고 싶지 않아 반항 아닌 반항을 해왔지만 쉽지 않다.


Outside, 2017, Oil on canvas, 19x27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그래서 나는 미디어 아트가 싫다. 국현 과천관에서 다다익선을 보아도 거부감이 든다. 백남준의 천재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순수 회화가 훨씬 더 좋다. 소박한 콩테가 좋고 순수한 수채화가 좋고 유화의 붓터치가 좋다.


Railing, 2017, Oil on canvas, 185x24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해설에 따르면 “작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는 사회 변화를 관조하고 있는 경계인”이라고 한다. 그 경계인이 바로 나이고 딘의 instagram을 한때 차트 1위로 만들었던 우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 해설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인 서진석이라는 분이 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Rock Formation, 2017, Oil on canvas, 210x19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http://www.hakgojae.com/ko/page/1-3-view2.php?exhibition_num=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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