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WAVE II : 공공에 대한 생각. 공공공간, 플랏엠 등 7팀.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ncent_kim/ 2018. 11. 5. 22:48 작성.
금호미술관. NEW WAVE II: 디자인, 공공에 대한 생각. 공공공간, 플랏엠, 가라지가게, 씨오엠, 문승지, 양장점, 6699프레스.
금호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생소함, 낯섦, 새로움, 난해함, 동시대 등이다. "특정한 사조나 장르에 편중하기보다 한국미술의 전체적인 전개양상에 주목(금호미술관 소개 中)"하며 창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런 키워드가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눈에 익은 근대미술이나 정말 유명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보며 느끼는 편안함이나 안정감, 익숙함보다는 선뜻 작품에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 들 때가 있고 그것이 금호미술관에 들어가기를 주저하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 및 그룹들에 조금 망설였지만 설명을 간단히 읽어보니 왠지 크게 부담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과감하게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NEW WAVE II는 "디자인 문화의 다양한 양상을 통해 동시대 삶의 단면을 탐색하고 다층적인 키워드 속에서 공동체와 공공성의 확장된 의미를 모색하는 전시"이다. 2013년 NEW WAVE: FURNITURE AND THE EMERGING DESIGNERS 이후 5년만에 다시 갖는 주제로 "주거 환경 및 공간에 대한 관심과 문제 의식들을 보다 거시적인 차원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총 7팀이 참여하며 각 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효율성, 공공성, 아름다움 등을 디자인에 녹여낸다.
이제 어려운 단어들은 차치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부터 되짚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가라지가게: "일상적인 재료와 간단한 제작 공정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빼빼가구'를 판매하는 작은 공방이자 가게." 간결하면서도 보기 좋았다. 이 두 가지면 디자인에 있어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라지가게 책자를 보면 '일상성', '제작공정의 단순화', '알맞은 가격', '내구성', '아름다움', '효율성', '접근성' 등 장점이 참 많이도 나와있다. 가구 디자인에는 문외한이지만 잠깐 둘러보기만 해도 그런 장점들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그리고 제작자의 디자인 철학과 그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이 듬뿍 담겨있는 듯 해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는 2층에 전시 된 COM: "김세중 디자이너와 한주원 디자이너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이 곳의 가구들은 1층의 가라지가게 보다는 조금 더 실용성 대신 심미성에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개선문, 호텔, 고딕 첨탑 등 유명 건축물이나 장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가구의 디자인이 재미있었다.
특히, 각각의 가구들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도록 한 장 짜리 책자가 비치되어 있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콜로세움을 떠오르게 하지만 실제로는 웨스틴 조선 호텔을 차용한 것이라는 의자.
책자의 높이는 잘못 표기 된 듯 하다.
이상할 정도로 높은 천장을 가진 COM의 첫 작업실의 책장.
이미 책으로 가득 찬 서점에서 유일하게 남은 좁은 창턱과 두꺼운 천장 보 사이를 연결해주는 책장.
암스테르담의 출판사 로마 퍼블리케이션스를 위한 전시 가구. 책을 놓거나 관람객의 의자가 될 수 있는 좌대. 의도한 것인지 뒤에 받침이 없는 줄 알고 깜짝 놀랬지만 돌아가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에 받침이 있다.
옆 전시실로 가면 문승지 디자이너의 가구를 볼 수 있는데 "국제 공통 규격인 1,200 x 2,400mm 한 장의 합판을 재료로 하여, 버려지는 자투리의 양을 최소화한" 의자를 선보인다. 사실 환경 문제에 대해 많이 둔한 편이라 그다지 와닿는 철학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디자인 자체가 매력적이라 집에 하나 놓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한 장의 종이로 수많은 형태를 나타내는 종이접기처럼 재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지하에는 "신윤예 대표를 중심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마케터,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사회적 기업", 공공공간의 작업이 있다. 여기서도 가구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철학이 담겨있는 옷 제작 방식을 볼 수 있었다. 한 장의 원단으로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 하여 옷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사회와의 공생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취지가 좋았고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매력이 많이 느껴지는 전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옷이 그다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무언가 투박한 느낌의 설치물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복고 감성을 연출하려한 느낌이 나는 간판들 때문이었을까.
그밖에 양장점, 6699프레스, 플랏엠과 같은 디자인팀들이 서체, 출판물, 가구 등을 소개한다. 이번 리뷰를 쓰면서 들었던 생각은 역시 나는 회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주제로 한 전시이다보니 작품을 돌이켜보며 화폭에 빠지는 듯한 즐거움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작은 했으니 마쳐야겠다는 의무감으로 포스팅을 정리하려 한다. 퇴근 후 피곤함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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