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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cent Dec 07. 2020

롯데뮤지엄. 슈퍼팝유니버스. 케니샤프. 18년 11월.

LMOA. SUPER POP UNIVERSE. Kenny Scharf.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ncent_kim/ 2018. 11. 18. 21:59 작성.


오랜만에 사간동이 아닌 지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요즘 바스키아 전시 리뷰를 작성 중이기도 하고 곧 DDP에서 있을 키스 해링 전시에 대한 정보도 들었는데 그 시대의 또 다른 팝 아티스트의 전시라고 하니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12년, 한참 갤러리를 찾아다닐 무렵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던 『이것이 대중미술이다』展 이후로는 딱히 팝아트를 찾아 본다거나 하진 않았다.


John Sex & Kenny Scharf Perfrom With Tish & Snooky, 1990, Kenny Scharf Studio, West Village, NYC


미술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클래스 올덴버그, 제프 쿤스, 한국 작가들로는 마리킴, 찰스장, 이동기 작가 등의 작품들을 재밌어 했었다. 알록달록한 색채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이 흥미를 돋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대량 생산, 자본주의, 성상품화 등의 주제들이 식상하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고 그래서 조금은 팝아트라는 장르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1월에 오픈한 이후, 그다지 끌리는 전시가 없어서였는지, 대기업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롯데뮤지엄이라는 공간 자체에 매력이 많이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규모가 큰 대림미술관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고 일요일 아침 가족과의 기분 좋은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처음 가는 곳이기도 하고 워낙 큰 멀티플렉스 안에 위치하고 있어 7층의 미술관을 찾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바닥에 6층이 써있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8층을 가리키는 팻말이라니... 아직도 어떻게 찾아갔는지 조금은 가물가물하다. 주말이라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을까 싶어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갔는데 한적하니 좋았다.


전시장 입구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긍정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입구도 잘 꾸며져 있었고 새로 지어진 곳인 만큼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예술가들의 언더그라운드 아지트였던 CLUB 57을 소개하는 첫번째 전시장의 컨셉도 좋았다. CLUB 57에는 케니 샤프, 키스 해링, 바스키아와 같은 미술가들 뿐 아니라 마돈나, 존 섹스, The B-52s와 같이 음악가들도 많았고 그 곳에서 자유분방하게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했다고 한다. 마치 1920년대 헤밍웨이, 달리, 피카소, 로트렉, 드가, 스타인, 피츠제럴드, 포터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렸던 것처럼 당대의 문화를 선도한 것이다.


CLUB 57을 떠올리게 하는 첫번째 전시 구역, 현재


John Sex at Acts of Live Art


다음 공간으로 가면 본격적으로 케니 샤프의 예술 철학을 접할 수 있는 Death of Estelle 시리즈가 있다. 초창기 작품임에도 경기침체, 핵전쟁, 지구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천진난만한 주인공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돌려 놓는 방식을 느낄 수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만화 주인공들과 그것들을 화려한 형광색,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는 구성 탓에 항상 별 의미 없는 만화, 단순한 SF 이미지, 과도기적 길거리 예술 등에 불과하다는 비평이 있어왔다고 한다.


우주 공간을 표현한 것 같은 벽지는 그림들과 정말 잘 어울렸고 캡션 옆의 오디오가이드 표시를 케니 샤프의 시그니처 캐릭터로 묘사한 것도 센스가 돋보였다.


나도 사실 막연하게 알고 있을 때는 팝아트 시대에 녹아있는 흔한 그래픽 아티스트,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는 대중문화 이미지 정도로 생각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고 작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내 작품을 봐주기를" 바라고 "작품 안에 있는 많은 층위와 깊이를 찾아내기를" 원한다.


Me in My Car, Acrylic on Canvas, 40.6 x 50.8cm, 1979


그림을 보고 작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다보면 그 "층위와 깊이"가 느껴진다. 비유를 하자면, 1층엔 각양각색의 만화 캐릭터들, 화려한 이미지들, 재미있는 표정들,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1층만 보고 나가더라도 큰 아쉬움은 없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그런 오브제들의 의미가 보인다. 


우주는 환경파괴와 전쟁의 위기에 대한 불안감의 도피처, 부메랑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던 자동차 캐딜락의 미래주의적 엠블럼, 도넛과 풍선껌은 "미국의 소비문화와 자본주의", 버려진 TV 작업은 "과도한 소비주의와 환경 파괴에 대한 메시지"와 같은 것의 은유이다. 




여기서 한 층 더 내려가보면 이러한 의미들을 담고 있는 하나의 작품, 그 작품들의 시리즈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벼운 이미지들 속에 세태에 대한 걱정이 녹아있다. 경고를 하거나 훈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느꼈던 불안함들이 담겨있고 유토피아적 이미지를 통해 이상향으로의 탈출을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다.


한 층을 더 내려가야하는지 옆 방으로 가야할지 큰 의미는 없지만 어쨌든 이 부근에서 작가의 예술에 대한 태도 또한 엿볼 수 있다. 쉽고 편한 이미지들은 당시 엘리트주의에 물들어 있던 미술계와 충돌하여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그밖에 작가가 개척한 팝 초현실주의, 슈퍼팝이라는 장르가 현대미술사에서 갖는 의의, 작업 방식이나 기법이 갖는 의미 등 보는 사람에 따라 더 알아갈 만한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Untitled, Oil and Found Objects on Canvas, 50.5 x 61cm, 1979



Having Fun, Acrylic on Canvas, 50.8 x 40.6cm,1979 / I'm Off, Acrylic on Canvas, 50.8 x 40.6cm, 1979
Escaped in Time, I'm Pleased, Acrylic on Canvas, 40.6 x 50.8cm, 1979
Cosmic Curads, Acrylic, Glitter and Curads on Canvas, 122 x 122cm, 1978


다음 전시장에서는 케니 샤프의 초기 작업을 대표하는 젯스톤(Jetstone = Jetsons + Flintstones)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이는 1960년 대 방영된 <The Flintstones>와 <The Jetsons>를 모티브로 하는데 "생태환경 악화, 오존층 파괴, 핵 재해와 전쟁, 세계종말 등 인류가 당면한 진지한 화두들을 다루되, 오히려 이를 역설적으로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The Flintstones>, <The Jetsons>
케니 샤프가 발표한 "지구종말 이후 만다라를 통해 열반의 상태로 나아가는" Jetsonism Manifesto, 1981


Judy Mandala, Acrylic on Panel, Diameter 102cm, 1981


케니 샤프와 가장 연관이 많은 작가들에는 장 미셀 바스키아, 키스 해링, 앤디 워홀, 그리고 히에로니무스 보스 등을 들 수 있다. 바스키아와 해링은 샤프와 함께 이스트 빌리지에서 기존 미니멀리즘과 같이 단조롭고 삭막한 미술 사조에 반발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를 꾀했다.


이들은 서로 배우고 견제하고 의지하며 미술의 대중화를 이끌어 갔다. 앤디 워홀의 경우, 그들의 영웅이었다고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 외에 영감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르네 마그리트, 마우리츠 에셔, 살바도르 달리, 그 중에서로 히에로니무스 보스라고 이야기한다.


In Ecstasy, Acrylic and Spray-Paint on Canvas, 227.3 x 273cm, 1982



(좌) Giovanni-Bellini, The Agony in the Garden, Tempera on Panel, 81 x 127cm, 1459-1465

(우) The Head of St John the Baptist, Tempara on Panel, diameter 28cm, 1465-1470

Hieronymus Bosch,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Oil on Oak Panels, 220 cm × 389cm, 1490-1510


Hieronymus Bosch, The Last Judgment, Oil on Wood, 167.7 x 60cm, 164 x 127cm, 167.7 x 60cm, 1482


그래서 그림을 보면 팝 아트의 요소 외에도 초현실주의 표현 방식이나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종교화에 대한 흥미가 거의 없는데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화려한 기법이나 섬세한 표현에 대한 갈증은 다른 장르의 그림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프의 종교화 차용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물들을 단순화된 표현과 다채로운 색상으로 위트있게 가져온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느껴진다.


(좌)Message from A Molecular Messiah, Acrylic and Spray-Paint on Canvas, 213.3 x 153cm, 1983 (우)Giovanni Bellini, Four Allegories: Fortune (or Melancholy), Oil on Panel, 27 x 19cm, 1490


(좌) Falling George, Acrylic on Canvas, 50 x 40cm, 1981

(중) Hypnozen, Oil and Spray-Paint on Canvas, 221 x 226cm, 1983

(우) Op Bop, Acrylic, Oil and Enamel Spray-Paint on Canvas, 220.9 x 226cm, 1985


(좌) The Fun's Inside, Oil and Spray-Paint on Canvas, 228 x 274,5cm, 1983

(우) Cometa Festa D'Halley, Oil, Acryilc, Spray-Paint and Glitter on Canvas, 206 x 293cm, 1986

Tantric Judy, Acrylic and Spray-Paint on Canvas, 157 x 181cm, 1982


(좌) The Big Bamm Theory, Oil and Acrylic on Linen with Powder-Coated Frame, 182.8 x 152.4cm, 2012

(우) Fredgo, Oil and Acrylic on Linen with Powder-Coated Frame, 182.8 x 152.4cm, 2012

(좌) Black Rubble, Oil and Acrylic  on Linen with Powder-Coated Frame, 152.4 x 182.8cm, 2012

(우) Jetstonextravaganza, Acrylic on Linen, 91.4 x 132.3cm, 2009

Customized LG Cord Zero R9, mixed media on LG Cord Zero R9, 2018


커스터마이징 작업은 뒤의 TV 작업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오브제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보통 움직이지 않는 오브제에 표정을 넣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무선 청소기는 스스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를 훨씬 더 풍족하게 보여준다.실제로 전시장 벽을 끼고 청소기를 돌려 놓는 설치는 기획자의 또 다른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캡션 위 여러가지 표정의 오디오 가이드 표시


다음으로는 SUPER POP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소개된다. 작가는 "슈퍼 팝은 기존의 팝 아트에 전기충격을 가해 최고치의 출력을끌어낸 것이며 내가 경험한 모든 미술 사조, 초현실주의는 물론이고 1950년대의 추상표현주의와 1960년대의 팝아트, 1970년대의 미니멀리즘 등이 내화되어 끌어올라 토해낸 것'이라고 한다. 그림의 기법, 구성, 주제들을 찬찬히 보면 그 말의 의미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다.


2미터가 훌쩍 넘는 큼지막한 캔버스에 시원시원하게 그린 도넛, 현란한 색채들, 정신없이 갈겨진 글자들을 보면 마그리트의 사과, 워홀의 수프캔, 바스키아의 낙서가 떠오른다. 그 뿐 아니라 로젠퀴스트,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적 기법이나 폴록의 드리핑 기법, 실크스크린 기법 등 정말 20세기 후반의 모든 것들을 한 데 뒤섞어 놓은 느낌이다.


Ing, Oil and Acrylic on Canvas, 257 x 213cm, 1988

(좌) Peas 'N Butter, Oil, Acrylic, Enamel, and Silkscreen Ink on Canvas, 91.4 x 91.4cm, 2006

(우) Big Bong Theory, Oil, Acrylic, and Spray-Paint on Canvas, 225 x 225cm, 1987

(좌) Tang, Oil and Glitter on Canvas, 274 x 366cm, 2007

(우) Zamaron, Oil, Acrylic, and Silkscreen Ink on Canvas, 264.2 x 302.2cm, 1990-1991


(좌) Rene Magritte, The Postcard, Oil on Canvas, 1960

(중) Andy Warhol, Campbell’s Soup Cans (detail), Synthetic polymer Paint on 32 Canvases, each 50.8 x 40.6cm, 1962

(우) Jackson Pollock, Number 1A, Oil and Enamel on Unprimed Canvas, 172.7 x 264.2cm, 1948


(좌) Jean-Michel Basquiat, Wicker, Acrylic, Oilstick, and Xerox Collage on Canvas, 1984

(중) James Rosenquist, World's Fair Mural, Oil on Masonite, 609.6 x 609.6cm, 1963-1964

(우) Roy Lichtenstein, Masterpiece, Oil on Canvas, 137 x 137cm, 1962


그 뒤로 이어지는 도넛과 핫도그 그림들. 전시장에 The B-52's의 곡이 나오는데 음악을 잘 모르지만 그 시기에 같이 가깝게 활동했던 밴드의 음악을 선정한 것도 좋은 설정이었다. 시각적으로 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그 시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도넛을 보고 있으면 미각까지 어느 정도 자극이 되는데 아예 국내에 있는 체인과 협업을 해서 가운데에 달달한 도넛들을 깔아 놓았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케니 샤프나 이번 전시 관계자들 중 이 생각을 했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분명 작가도 반겼을 것 같은데 말이다.


(좌) Mystical Cruller Object, Oil and Diamond Dust on Linen, 122 x 152.4cm, 2015

(중) Crumb in the Sun, Oil on Linen, 61 x 61cm, 2011

(우) Glazed and Calm, Oil on Linen, 61 x 61cm, 2011

Chocolate Frosted Worship Center, Oil and Diamond Dust on Linen, 122 x 152.4cm, 2015


(좌) Glazed Cruller at Dawn, Oil on Linen, 61 x 61cm, 2011

(중) Orbital Pink Frosted, Oil on Linen, 122 x 152.4cm, 2015

(우) Chocolate Glazed N' Puffy Clouds, Oil on Linen, 101.5 x 101.5cm, 2008


(좌) Introducing... The Hot Dog!, Oil and Enamel Spray-Paint on Linen, 77.5 x 88.5cm, 2008

(우) Americana, Oil Acrylic, and Silkscreen Ink on Canvas, 182.8 x 152.4cm, 2012



앞서 청소기를 보며 잠깐 언급한 커스터마이징 작업이 다음 전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는 "일상의 순간을 예술로 변화시키고", "현대 물질주의와 소비사회의 폐허를 드러내고자" 한다. 작가는 TV, 전화기, 라디오 심지어 중고 그림까지 개개인의 삶에녹아있는 오브제를 구해 자신의 스타일로 재탄생 시킨다. 





(좌) #4, Oil and Mixed Media on Found Television, 72.5 x 40 x 64cm, 2016

(중) #17, Oil on Found Television, 75 x 45 x 58cm, 2016

(우) #22, Oil and Mixed Media on Found Television, 49 x 42 x 47cm, 2017



조금 건너뛰면 막바지에 BORN AGAIN 시리즈가 전시되는데 커스터마이징 작업의 연장선 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건들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것을 이용한 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데 버려진 물건들을 되살리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흥미롭다고 한다. 나도 가끔 이미 완성된 그림 위에 뭔가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런 욕구를 간접적으로나마 충족시킬 수 있었다.



(좌) Rucan Springs, Oil on Found Painting, 85 x 115cm, 2014

(우) I Love Hawk, Oil on Found Painting, 52 x 62cm, 2014



이러한 작업은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팝 아트를 차용하여 자신만의 작업으로 재탄생 시키는 Gully를 떠오르게 한다. 몇 년 전 오페라 갤러리에서 본 후로 작품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 유난히 많이 생각이 났다.



Gully, 107-3 Children meet Warhol, Magritte, and Lichtenstein 3, Mixed Media on Canvas, 180 x 300cm, 2018 ⓒgullyartist.com


Gully, Hommage NTHK 9 KS MI, Mixed Media on Canvas, 97.5 x 179cm, 2013 ⓒgullyartist.com


Gully, Caillebotte meets Haring 1, Mixed Media on Canvas, 112 x 160cm, 2014 ⓒgullyartist.com



또한 공교롭게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창 전시 중인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 - 꽃, 숲>도 생각나게 한다. "일상에서 버려진 사물을 재료로 활용하여", "모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예술로 승화시키고자"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데 사실 몇 달 전에 가서 보았을 때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대중을 참여시키고 일상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낡은 물건들을 조명한다는 의미는 차치하고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 자체가 조악하고 매력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많은 장르를 혼합하는 케니 샤프 덕분에 그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었다.


Dragon Serpents Adore Korea!, Spray-Paint on Canvas, 260 x 1,000cm, 2018


전시 중간에 케니 샤프가 이번 한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제작한 벽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즉흥적이고 큰 계획 없이 작업하는 작가의 특성을 잘 살린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벽화를 지나면 유명한 블롭 작품들,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이 드러난 정글 시리즈, 다양한 감정을 살린 FACE VALUE 작품들이 이어진다.



(좌) BLOBZ #1, Oil on Linen, 152.4 x 121.9cm, 2014

(우) Faces in Places, Oil on Linen with Powder Coated Aluminum Frame, 122.5 x 122.5cm, 2016


(좌) Dragoon Lagoon, Oil on Canvas with Artist-Made Painted Frame, Diameter 94cm, 1998

(우) Junglasia, Oil on Canvas with Artist-Made Painted Frame, 71 x 56.5cm, 1999


(좌) Oil and Spray-Paint on Canvas, 122 x 122cm, 2017

(우) Another Oil Painting Too, Oil, Acrylic and Varnish on Linen, 76.2 x 101.6cm, 2010

Face Value, Oil on Canvas, 123 peices, Dimensions Variable each 20-50cm, 2014


Absolut Downtown Wall Poster, 1987, Lower East Side NYC Wall, Absolut Ad, Photo by Joseph Szkodzinski, 2018



만화에 빠지고 모티브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나보다. 샤프는 결국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와 같이 <The Groovenians>를 제작한다. 내용은 그의 작품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어린 커플의 이야기. 아기자기한 스케치들과 주인공들을 그린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좌) Suavo, Pencil on Paper, 31.5 x 26.5cm, 2000

(중) Lalasha Sexy & Shocked, Pencil on Paper, 26.5 x 31.5cm, 2000

(우) King Norman, Pencil on Paper, 26.5 x 31.5cm, 2000




In a Far Away Galaxy / Pure Soap / Groovenian Cuisine, Acrylic on Canvas, 27 x 34.5 cm, 1999


Pikaboom, Polychromed Fiberglass and Glass, 300 x 260 x 270cm, 2012


핵폭발의 위험을 장난스럽게 표현하여 아이러니함을 자아내는 설치물을 지나면 마지막 작품인 COSMIC CARVEN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못 쓰는 잡동사니, 우주에 대한 동경, 현실 도피, 환경 오염과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 등 지금까지 계속해서 보아왔던 메시지, 오브제, 관념들이 한 데 어우러져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전시 처음에 접했던, 작가가 막 작품 세계를 잡아가던 시절의 CLUB 57을 재현한 공간과도 많이 닮아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이 나와야할 것 같은 공간에 Bob Marley나 Aretha Franklin의 노래가 나오는데 뭔가 불편하지만은 않은 부조화가 느껴졌다. 어쨌거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업물은 아니었다.



전시를 볼 때는 두 시간 정도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는데 막상 돌아와서 곱씹어 보고 관련된 생각들을 확장시켜 나가다보니 정말 여기저기 뜯어볼 곳이 많은 재미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리뷰를 하면서도 계속 옆길로 샜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충되고 반대되는 이미지들의 병치,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 등 여기서 미처 짚고 넘어가지 못한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작가가 이야기했던 본인 작품 세계의 층위와 깊이가 갖는 매력이 아닐까.


SWATCH / MOVADO / ZARA
Louis Vuitton / Kiehl's



- 요즘 팔이 아파 매일 같이 하던 운동을 못 하고 계신 엄마와 같이 미술관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셨다. 도슨트의 설명도 열심히 듣고 어느 정도 그림과 작가의 세계에 대해 이해하며 즐기시는 것 같아 뿌듯했다. 처음에는 감상하는 시간이나 방법이 달라 따로 보게 되었지만 전시를 다 볼 무렵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생각해볼 수 있었고 취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 개별 작품의 설명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들을 수 있는데 롯데뮤지엄 사이트에 있다. 유튜브를 이용했는데 왜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았는지 좀 궁금하다. 집에 와서 들어보려는데 비밀번호를 몰라서 당황했다. 미술관과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아 한참을 찾았더니 전시 시작일자로 세팅 해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치기반 오디오 가이드 플랫폼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성우의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과하게 몰입하는 나레이션이 조금 웃겼다.


- 시원시원한 전시 공간, 훌륭한 작가 섭외와 같이 큼직한 부분 외에도 포스팅 중간 중간 언급했듯이 캡션, 음악, 오브제 설치, 전시장 컨셉, 전시장 벽면의 그래피티 작업 등 세세한 부분에서 많이 신경 쓰고 노력한 좋은 기획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티켓 가격보다 싼 당일 월드타워 롯데카드 이용 내역이 있으면 무료 관람이라는 것도 쏠쏠했다. 아트샵 이용도 상관없어서 더 좋았다.


※ 리뷰에 나오는 인용은 대부분 전시장의 작품 설명 및 도록 내 조은영 교수의 해설과 작가 인터뷰에서 가져온 것이다.


#롯데뮤지엄 #케니샤프 #SUPERPOPUNIVERSE #키스해링 #앤디워홀 #장미셀바스키아 #히에로니무스보스 #팝아트 #GULLY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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