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n Schiele. Jean-Michel Basquiat.
The Fondation Louis Vuitton 루이비통 재단. Egon Schiele 에곤 쉴레. Jean-Michel Basquiat 장-미셸 바스키아. 18년 10월.
도대체 제목에 뭘 쓸 수가 없구나...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ncent_kim/ 2018. 11. 26. 21:35 작성.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난 뒤에야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좀 바쁜 것도 있었고 정말 기억에 남고 좋았던 전시라 쉽사리 글을 시작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었다. 방문 계기나 파리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여유가 있을 때로 미루고 오늘은 The Fondation Louis Vuitton, "창조를 위한 루이비통 재단"의 에곤 쉴레, 장-미셸 바스키아 전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고 한다.
10월 초, 잠깐 파리에 있으면서 많다면 많은 전시와 그림들을 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꼽으라면 루이비통 재단,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을 꼽으라면 바스키아와 실레의 작품들이다. 바스키아야 워낙 예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보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실레에 대해서는 바스라질 듯한 크로키 정도 외에는 작품이나 배경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잔상이 남았다.
파리에서의 짧은 일정을 돌이켜볼 때 루이비통 재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에는 불로뉴 숲에 자리한 미술관의 위치도 큰 몫을 한다. 아침 일찍 호텔을 빠져나와 가볍게 식사를 하고 청명한 하늘 아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공원 입구로 들어갔던 것부터 정말 오래 보관해놓고 싶은 경험이었다.
※ Velib 자전거, Lime 스쿠터, Chauffeur Prive 택시. 이 세 가지가 파리에서 짧은 거리를 자주 움직이기엔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본다고 하면 집을 나서서 그냥 갤러리든 미술관이든 문을 열고 들어가 작품이 눈에 들어올 때부터가 시작이고 문을 열고 나옴과 함께 감상은 종료되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나도 별 의미 없이 버스를 타거나, 차를 갖고 나올 때면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에서 잠깐 투덜대다 도착하면 들어가서 보기에 바쁘고 다 보고난 후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 들어갈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호텔을 나설 때부터 공원 초입에 들어가 숲을 보며 미술관으로 향하는 여정 자체도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내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과 미술관을 나와 운 좋게 예약한 특별한 식사까지 곁들여져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일련의 과정이 전부 '작품 감상'이라는 것으로 맺어지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뮤지엄 산이나 일본의 나오시마 같은 곳들도 그런 경험을 주었던 것 같다.
(좌) Egon Schiele, 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Oil and Opaque Color on Wood, 32.2 x 39.8cm, 1912
(우) Jean-Michel Basquiat, Self-Portrait, Acrylic and Oilstick on Paper Mounted on Canvas, 100 x 70cm, 1984
처음 이번 전시를 알았을 때 가장 호기심이 갔던 부분은 이 두 작가의 전시를 같이 하는 이유였다. 그래서 보러 가기 전부터 둘 사이의 연결고리 내지는 공통점을 잠깐씩 생각해보곤 했다. 단순히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단명했다는 것과 평범한 유화보다는 날 것에 가까운 거친 작업을 했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쉴레가 바스키아처럼 길거리 예술을 차용하거나 흑인이라서 인종적 주제를 다룬 것도 아니며, 바스키아가 그림에 성적인 코드를 넣거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그림을 그렸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되는 특성이 더 많다는 생각까지 했다.
(좌) Egon Schiele, Standing Female Nude with Blue Cloth, Gouache, Watercolor, and Graphite on Vellum Paper, 48.3 x 32.2 cm, 1914
(우) Jean-Michel Basquiat, Red Savoy, Acrylic and Oil on Canvas, 168 x 152cm, 1983
재단 대표인 아르노 회장의 말을 빌자면, "virtuousity, the preeminence of the body, the expression of a raw and sometimes tortured subjectivity", "their destiny and fortune, that of a short-lived body work, the impact and permanency of which have rarely been equaled", "irrationality, a true passion for life and creating."과 같은 공통점을 들 수도 있겠다.
루이비통 재단의 아트 디렉터 수잔 페이지에 따르면 원래 이 전시는 바스키아만으로 기획되었지만 "메아리(echo)"처럼 실레의 작품도 같이 "노출(expose)"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수잔 페이지도 그 둘의 공통점을 언급하고 있지만 굳이 인위적으로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은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The parallel presentation of these two disconcerting artists is not intended to create artificial links between them").
(좌) Dancer, Watercolor and Gouache over Graphite on Wove Paper, 47.0 × 30.5cm, 1913
(우) Gold Griot, Acrylic and Oilstick on Wood, 297.2 x 185.4cm,1984
수잔 페이지가 "노출"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최근 쉴레의 작품과 관련한 논란 때문인데 아마 올해 초에 있었던 전시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초 쉴레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Leopold Museum은 대대적인 실레 전을 기획하게 되고 빈 관광청에서는 실레의 작품 몇 점을 전시 홍보에 사용한다.
하지만 가십과 논란을 위해서였는지 정말 그 작품들이 실레를 대표하는 명작이라는 판단에서였는지 홍보에 사용된 그림들 모두 성기나 가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었고 오스트리아를 벗어난 뉴욕, 유럽 등지에서는 해당 광고의 그림 일부를 가리는 일이 발생한다.
관련기사:
https://www.nytimes.com/2017/11/10/arts/design/egon-shiele-ads-london-tube.html
https://observer.com/2018/04/why-are-egon-schiele-nude-drawings-still-censored-in-nyc-ads/
이러한 검열은 sns 등에서 논란을 빚었고 수잔 페이지는 아마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선정적이고 천박한 느낌을 걷어낸 올바른 "노출"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에 있어서 많이 개방적인 서양에서도 저런 검열이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 놀랐다. 저 논란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는 야하거나 상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고 실제와 정말 똑같은, 사진 같은 이미지라면 모르겠지만 충분히 예술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라는 것. 둘째는 실레의 그림 중에 노출 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세 작품 모두 적나라한 누드를 택해서, 시쳇말로 어그로를 끄냐는 것. 홍보를 위해서였다면 조금 저렴해 보이긴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발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좌) Kneeling Nude with Rasied Hands / (중) Standing Nude with Orange Stocking / (우) Seated Male Nude, 1910 / 1914 / 1910
어쨌든,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묘하게 엉켜있는 두 작가의 작품들이 담긴 전시장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도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공간이 바스키아의 그림을 위해 할애되어 있다. (붉은 색이 바스키아, 황토색이 쉴레의 공간이다.) 작품 수는 비슷하지만 스케일의 차이가 있다보니 이렇게 구성된 것 같다. 무엇보다 11번까지 매겨진 전시 구역 자체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대신 쉴레의 구역은 파티션이 많이 쳐져 있어 공간에 비해 많은 면적에 그림을 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결국 감상하는 시간은 비슷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오픈 시간에 맞춰 갔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줄을 서야했다. 이 곳은 뮤지엄 패스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예매를 하고 가는 것이 조금이나마 빨리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혼자였기에 줄을 서는 것 보다는 일찍 입장하는 것이 좋았지만 누군가 같이 간다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숲을 보며 그림이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들어가도 좋을 것 같은분위기였다. 줄을 따라 자연스럽게 쉴레의 작품이 있는 1번 갤러리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다음 포스팅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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