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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IMA Picks. 18년 4월

「다공성 계곡」 김아영, 「모래산 건설」 이문주, 「눈썹」 정윤석.

by bincent


2018년 5월 6일 instagram(bincent.kim) 작성


231149231.jpg 정윤석, 눈썹, 2018.


지난 전시에 이어 다시 점심시간에 찾은 미술관. 사무실에서 매번 투덜대도 근처에 그림이 있고 가끔 같이 갈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전시는... 어려웠다. 집에 돌아와 브로셔를 몇 번 읽어보니 그제서야 어렴풋할 뿐이었다. 게다가 한정된 시간에 시계를 보며 쫓기듯 보려고 하니 더 답답한 마음이었다.


여러 걸림돌을 차치하고 정윤석 작가의「눈썹」이 가장 시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231148876.jpg 정윤석, 눈썹, 2018.


「눈썹」은 마네킹 공장과 섹스돌 공장, 그리고 그 제작 과정, 작업자들을 다룬 영상, 사진, 설치로 구성되어 있다. 진짜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인형과 그 인형을 시체를 다루듯, 의사가 환자를 다루듯 하는 작업자들.


231148728.jpg 정윤석, 눈썹, 2018.



성적인 색이 짙은 이미지들이 많았지만 작품에서 성의 상품화와 같은 주제보다는 진짜와 가짜의 구별법, 그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떠올랐다.


엑스마키나의 매력적인 에이바, 로맹가리의 가짜에 나오는 S의 아내, 몇 년 전 아트페어에서 산 모노그램 배경의 바비 인형 그림 등 생각보다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던 것 같다.


image_501014101540037146553.jpg Ex Machina, Alex Garland, 2014.


231149046.jpg 서은미, Louis Vuitton Barbie, Oil on Canvas, 40.9 x 27.3cm, 2013.


인간을 인간답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진실한 것을 진실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그게 감정인 것 같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자세는 이성을 해치고 판단을 흐리겠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을 아끼고 작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거기서 나오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 무엇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 다음으로는 허영심의 절제인 것 같다. 적당한 허영심은 본인을 거기에 부합하게 이끌어줄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도가 지나치게 된다면 마네킹에 지나지 않는, 가짜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31155700.jpg 정윤석, 눈썹, 2018.


정윤석 작가는 "마네킹에게 메이크업을 시키는 이유는 인간처럼 보이기 위함이고, 그 중 가장 마지막에 눈썹을 붙이는 것은 그런 과정의 화룡점정을 의미"하며, "인간과 닮아 보이기 위해 인간처럼 눈썹을 붙였는데 붙이고 보니 인간에서 좀 더 멀어짐을 느꼈을 때, 그때 어쩐지 가슴이 훅 하고 떨어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 그 낙하의 감각, 서늘한 차이, 삶에서는 오로지 우연으로만 만날 수 있는 기이한 순간"이며 그래서 작업에 등장하는 일련의 과정에 「눈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즉, 내가 느낀 눈썹은 감정의 부재, 그리고 허영심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도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부유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전시는 사진으로 대체...


231156712.jpg 김아영, '페트라 제네트릭스' vs. '페트라 제네트릭스', 디지털 프린트, 가변크기, 2017.


231156228.jpg 이문주, Old Couple II, Acrylic on Canvas, 90.9 x 65cm, 2018.


231156567.jpg 이문주, Refuse, Oil on Canvas, 200x18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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