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공성 계곡」 김아영, 「모래산 건설」 이문주, 「눈썹」 정윤석.
2018년 5월 6일 instagram(bincent.kim) 작성
지난 전시에 이어 다시 점심시간에 찾은 미술관. 사무실에서 매번 투덜대도 근처에 그림이 있고 가끔 같이 갈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전시는... 어려웠다. 집에 돌아와 브로셔를 몇 번 읽어보니 그제서야 어렴풋할 뿐이었다. 게다가 한정된 시간에 시계를 보며 쫓기듯 보려고 하니 더 답답한 마음이었다.
여러 걸림돌을 차치하고 정윤석 작가의「눈썹」이 가장 시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눈썹」은 마네킹 공장과 섹스돌 공장, 그리고 그 제작 과정, 작업자들을 다룬 영상, 사진, 설치로 구성되어 있다. 진짜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인형과 그 인형을 시체를 다루듯, 의사가 환자를 다루듯 하는 작업자들.
성적인 색이 짙은 이미지들이 많았지만 작품에서 성의 상품화와 같은 주제보다는 진짜와 가짜의 구별법, 그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떠올랐다.
엑스마키나의 매력적인 에이바, 로맹가리의 가짜에 나오는 S의 아내, 몇 년 전 아트페어에서 산 모노그램 배경의 바비 인형 그림 등 생각보다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던 것 같다.
인간을 인간답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진실한 것을 진실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그게 감정인 것 같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자세는 이성을 해치고 판단을 흐리겠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을 아끼고 작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거기서 나오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 무엇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 다음으로는 허영심의 절제인 것 같다. 적당한 허영심은 본인을 거기에 부합하게 이끌어줄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도가 지나치게 된다면 마네킹에 지나지 않는, 가짜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윤석 작가는 "마네킹에게 메이크업을 시키는 이유는 인간처럼 보이기 위함이고, 그 중 가장 마지막에 눈썹을 붙이는 것은 그런 과정의 화룡점정을 의미"하며, "인간과 닮아 보이기 위해 인간처럼 눈썹을 붙였는데 붙이고 보니 인간에서 좀 더 멀어짐을 느꼈을 때, 그때 어쩐지 가슴이 훅 하고 떨어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 그 낙하의 감각, 서늘한 차이, 삶에서는 오로지 우연으로만 만날 수 있는 기이한 순간"이며 그래서 작업에 등장하는 일련의 과정에 「눈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즉, 내가 느낀 눈썹은 감정의 부재, 그리고 허영심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도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부유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전시는 사진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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