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7월.
2018년 7월 23일 instagram(bincent.kim) 작성
오랜만에 전시에 가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예전에도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이라며 잠깐 보았던 친구들의 친구들의 전시라고 했다.
장소가 라운지라는 것이 참 생소하면서도 좋았다. 예전부터 왜 클럽에서는 전시를 안할까라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기획된 것을 본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만큼이나 반가운 컨셉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담배를 물고 뭔가를 볼 수 있다는 것. 항상 그림을 볼 때면 나른하게 소파에 반쯤 누워 술을 한 잔 하면서, 기분 좋게 연기를 내뱉으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무거운 문, 하얀 벽, 굽 소리가 울려퍼지는 조용함, 그림 앞의 차단봉, 새초롬한 직원을 고루 갖춘 고매한 갤러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요즘은 고매한 걸 떠나서 허름한 술집에서조차 담배는 죄악으로 여겨지는 추세이긴 하다.
이런 시대에 한 손에는 술,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작업실이 아닌 공간에서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정말 행복한 일이다.
한 주 내내 목에 줄이 묶인 채 트럭에 질질 끌려다니듯 보내며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많이 쓸어낼 수 있었다.
그 공간에 흠뻑 물든 사람들은 참 보기 좋았다.
나도 언젠간 무언가에 푹 젖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