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가 된 스님, 혹은 시대의 전환점에서

윤성호 개그맨과 유튜브 시대를 보며

어느 날 문득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기묘한 영상을 발견했다.


스님 장삼을 입은 삭발한 남자가

턴테이블 앞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찬불가에 EDM을 입히는 그의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엔 단순한 패러디인가 싶었지만,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니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바로 개그맨 윤성호

법명 '뉴진스님'이었다.


한때 개그콘서트에서 "하지마!"를 외치던 '빡구'였던 그가

이제는 불교 행사의 섭외 0순위가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조금 알아보니, 윤성호 씨의 인생은

한마디로 '파란만장' 했었던 것 같다.


2005년 개콘에서 스타덤에 오른 후

매너리즘에 빠졌던 그가,

코로나19와 중국 유학으로 5년간 스케줄이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해킹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일까지.


어떤 의미에서 윤성호 개그맨의 삶은

우리 시대의 축소판이다.


공중파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유튜브라는 개인 무대로,

획일화된 웃음에서 각자의 색깔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그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재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환.


대략 10년 전 쯤인 것 같은데

당시 특파원으로 워싱턴에 있던

모 언론사 기자인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요즘 미국에서는 아무도 TV를 안 봐.

다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를 본다고."


그때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나 역시 넷플릭스와 유튜브 외에는 거의 보지 않는다.

시대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해왔다.


윤성호 씨는 유퀴즈에서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했다.

진부한 말이지만,

때로는 진부한 말이 가장 정확할 때가 있다.


책상 밑에 들어가 있는 게 편했던 그 시절,

그는 아마도 자신이 스님 복장으로 디제잉을 하며

해외 공연까지 다니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런 변화를 보며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는 시대의 흐름이다.

한때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개그콘서트가 그랬고, 공중파의 시대가 그랬다.

그리고 그 자리를 새로운 무언가가 채운다.

빵송국의 곽범과 이창호 개그맨,

숏박스의 김원훈과 조진세 개그맨처럼,

한때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이 자신만의 무대를 찾아간다.


둘째는 개인의 적응력이다.

윤성호 씨는 10년 전부터 디제잉을 배웠고,

중국어도 2년간 유학으로 익혔다.

생계를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결국 그 '쓸모없어 보였던' 준비들이 그를 구했다.

마치 판사가 갑자기 소설가가 되고,

의사가 유튜버가 되는 이 시대처럼.


물론 김구라가 지적했듯이

"진짜 스님이 아닌데 스님 행세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시대의 특징 아닐까.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본업과 부업의 구분이 사라지고,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달라지는.


나는 종종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누군가는 해킹당하고,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고 있을 것이다.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윤성호 개그맨은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겠다"고 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도,

미래의 불안에 떨지도 않으면서,

그저 현재에 충실한 것.


최근 그가 쓴 책 제목이 '얼마나 잘되려고'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얼마나 잘되려고 이토록 애쓰는 걸까.


그런데 '잘된다'는 것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개콘이 폐지되고 유튜브가 뜬 것이 진보일까, 퇴보일까.


답은 없다.


다만 시대는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헤엄치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파도에 휩쓸리고,

때로는 파도를 타며.


윤성호 씨가 뉴진스님이 된 것처럼,

우리도 각자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될지 모른다.


그것이 두렵기도 하고,

동시에 기대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묘미가 아닐까.


"옴... 옴... 디엠 들어옴..."이라는 그의 유행어가

웃기면서도 씁쓸한 것은,

그것이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이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무언가를 기다리고, 모두가 연결되길 원하는.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대는 변한다. 사람도 변한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누군가는 사라지고, 누군가는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읽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하는 것이리라.


윤성호 개그맨이 보여준 것처럼,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https://youtu.be/ig4d8mOyQCc?si=6aOuLsxyu5iSMt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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