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자세를 찾아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절한 시간일지도

지난 주 토요일 오후,

생전 처음으로 '자전거 피팅'이라는 것을 받았다.


피팅샵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벽면 가득 진열된 자전거 부품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측정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온 박사님은

내 자전거를 트레이너에 고정시킨 뒤,

온몸 곳곳에 작은 센서들을 붙이기 시작했다.

무릎, 발목, 엉덩이, 어깨.

마치 의학 실험의 피실험자가 된 기분이었다.


카메라 세 대가 각기 다른 각도에서 나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내가 패달을 돌리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나타났고,

그 옆으로는 숫자들이 끊임없이 변했다.


무릎 각도 147도, 상체 각도 42도, 페달링 효율 67퍼센트.

내 몸의 움직임이 숫자로 변환되는 광경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박사님은 조용히 관찰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있네요.

오른쪽 무릎에 부담이 가고 있습니다."


그는 클릿 위치를 5밀리미터 내리고,

안장을 2센티미터 올렸다.


고작 그 정도의 변화였지만,

다시 패달을 밟았을 때 확실히 뭔가 달랐다.

더 자연스러웠고, 더 편안했다.

수치상으로도 페달링 효율이 75퍼센트로 올라갔다.


사실 피팅을 받기까지 꽤 오랜 고민이 있었다.

비용도 만만찮았고,

무엇보다 '취미로 타는 자전거에

이런 전문적인 조정이 필요할까'라는 의구심이 컸다.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대충 타도 별 문제 없었으니까.

아프면 며칠 쉬면 되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오른쪽 무릎이 욱신거리던 어느 새벽, 혹은

언덕을 오르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던 순간이었을지도.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앞으로도 계속 자전거를 타고 싶은가?

답은 명확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타야 하지 않을까.


삶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

우리는 종종 '대충'의 유혹에 빠진다.

대충 먹고, 대충 운동하고, 대충 관계를 맺는다.


젊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몸이 알아서 보정해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대충'의 대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피팅이 끝날 무렵, 박사님이 덧붙였다.

"체중을 좀 줄이시면 더 좋겠네요."


늘 듣던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그것은 비난이나 충고가 아니라,

더 오래 자전거를 타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처럼 들렸다.

숫자와 데이터로 뒷받침된, 과학적인 조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정된 자전거는 확실히 달랐다.

같은 도로인데 더 매끄럽게 달렸고, 평소보다 덜 지쳤다.

겨우 몇 센티미터의 차이가 만들어낸 변화였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피팅'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일의 방식, 관계의 거리, 삶의 속도.

모두 저마다의 최적점이 있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대부분은 그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미룬다.

비싸서, 귀찮아서, 혹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그날 밤, 영수증을 정리하며 피팅 비용을 다시 봤다.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왜 이제야 받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쩌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순간 말이다.


다음 주부터는 체중 관리를 시작해야겠다.

이것 역시 또 다른 '피팅'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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