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숙면] 01.수술 후, 잃어버린 밤

숙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숙면.


잠을 깊이 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 '숙면'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거짓말 같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학생 때는 공부를 핑계로,

나이 먹어서는 일을 핑계로

매일 커피와 차를 오남용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끔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거나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수십 년을 살다가,

올해 초 사건이 터졌다.


감기에 심하게 걸렸고,

축농증으로 번졌고,

결국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수술을 한다'고 하면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축농증'이라고 하면 "에게, 고작?"이라는 반응이어서

개인적으로 약간 섭섭하기도 했지만.. 일단 그건 제쳐두고.


수술 직후에는

코에 많은 양의 거즈가 들어갔다.

휘어진 코뼈까지 바로잡았던 탓에

지혈할 양이 많았다고 한다.

코 안에 그렇게 많은 것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외과적 수술로 코 안을 여기저기 찢어놓았으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 때문에 수면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의사에게 고지받았고,

나 스스로도 납득했다.


문제는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물질을 제거하고 수술 부위가 상당 부분 아물었는데도

수면 장애는 계속되었다.

잠자리에 들면 1시간도 안 되어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며 깨어났다.

앉거나 서서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눕는다.

얼마 후 또 깬다.

밤새도록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실제 수면 시간을 계산해보니 3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일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일하던 중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200에 육박했다.


집도한 의사에게 문의하여 검사를 해봐도

수술과 수면 장애의 뚜렷한 관련성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개운하게 자지 못했지만

이 정도로 고통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사소한 일로 주변에 성질을 부렸고,

업무적으로 실수가 잦아졌다.

사지 않아도 될 것을 샀고,

자다가 일어나 폭식을 했다.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사느니 그냥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날 밤.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무엇이 나를 잠들 수 없게 하는지, 그 원인을 꼭 알아내겠다고.


유튜브와 인터넷을 뒤져 불면과 숙면에 대한 글들을 읽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들을 추려내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었다.


1순위는 금주였다.

원래 술을 즐겼다.

특히 잠을 청한다는 핑계로 꽤 오랫동안 마셔왔다.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금주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술 직후라 어차피 못 마시고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저녁 식사량도 줄였다.

배가 고프면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셨다.


카페인 음료는 하루에 한 잔만.


자기 전 2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 금지.


침실 환경도 손을 봤다.

몇 년 만에 침대와 가구를 모두 끄집어내 청소했다.

그렇게 많은 먼지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휴대폰과 태블릿과 컴퓨터를 모두 치웠다.

암막 커튼도 새로 달았다.

안대와 귀마개도 준비했다.


운동은 최소 하루에 만 보를 걷되

저녁 9시 이후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정한 시간 전에는

침실에 들어가거나 소파에 눕지 않기로 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잠이 돌아오기를.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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