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눕고 6시에 일어난 어느 날
일주일 전부터 제대로 수면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과거보다 훨씬 나은 질의 수면을.
여러 가지를 시도했는데
그중 어떤 것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실천한 뒤
확실히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느꼈던 요소들은 있다.
수면 시간을 정하고 그 이전에는 눕거나 자지 않는다.
금주, 소식, 운동. 침실에서 휴대폰 치우기.
말하고 보니 유튜브나 뉴스에서 이미 다 나온 이야기다.
저것들을 한꺼번에 실천한 건 아니었다.
금주는 수술 후라서 반강제로 하고 있었다.
식사량 줄이기와 운동은 혈압 때문에
병원에 실려간 뒤에 시작했다.
여기까지 하니 일단 잠이 들기는 했다.
다만 잠드는 시간이 들쭉날쭉이었고,
여전히 밤새 서너 번은 깨어났다.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니 기분이 좋아졌다.
침실에서 휴대폰을 치웠다.
정확히 말하면 귀마개와 안대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휴대폰과 멀어졌다.
잠드는 시간이 12시를 넘기지 않게 되었다.
조금만 더 하면, 결정적인 한 방이 있으면
다시 과거와 같은 수면을,
아니 더 나은 숙면을 취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고민하던 중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수면 시간을 정하고 낮에 절대 쉬지 않는 것.
사실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아지곤 있었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점심 후 낮잠으로 겨우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신해철의 노래처럼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이니.
잠자는 것 하나 가지고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
부디 이해를 부탁한다.
침실에 들어가는 시간을 12시로 정하고
낮잠을 끊어버렸다.
퇴근 후에는 행여 침실에 누워버릴까 봐
아예 일과 후에 일정을 만들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9시 넘어서 집에 들어갔다.
그게 결정적인 트리거가 된 모양이었다.
며칠 후, 어느 날.
나는 12시쯤 침실에 누웠다.
눈을 한 번 떴다 감았더니
다음 날 아침 6시였다.
한 번도 깨지 않고, 꿈도 꾸지 않았다.
개운하고 상쾌한 그 기분.
낮에 피곤하지도 졸리지도 않았다.
푹 잔다는 게, 숙면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혼자 눈물도 찔끔 흘렸다.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숙면을 취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들을 다 지키려 노력하고 있고,
특히 세 가지 요소는 철저히 지킨다.
가끔 한두 번 깨는 날도 있지만
몸이 적응하면 달라지리라 믿는다.
남들에게는 당연할 수 있는 수면을 가지고
뭘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냐고
책망하신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불면 사건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별다른 인과관계 없이
수술 후 극단적인 불면 상태가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쓰러질 뻔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금주, 소식, 운동 등
평소 고치지 못했던 나쁜 습관들을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었다.
내 건강이, 내 컨디션이,
내 몸이 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 것이다.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수없이 많은 결심을 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온 것은 절반도 안 되니까.
하지만 별것 아니지만
놀라웠던 이 체험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은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