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숙면] 03.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하여

숙면이 가르쳐준 것

어젯밤에도 잘 잤다.


12시에 눕고 6시에 일어났다.

사이에 한 번도 깨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여섯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이 단순한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다.


예전에는 밤이 두려웠다.

침대에 누우면 언제 잠이 들지,

몇 번이나 깰지 걱정부터 했다.

새벽 3시에 천장을 바라보며

"왜 나는 잠을 못 자는 걸까" 하고

자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다르다.

밤이 기다려진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우면

어느새 아침이다.

이것이 숙면이라는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


돌이켜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시간이 수십 년이다.


앞서도 말한 것 처럼

학창 시절에는 시험을 핑계로 밤을 새웠고,

사회에 나와서는 일을 핑계로 커피를 달고 살았다.

잠은 아껴야 하는 것, 줄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네 시간만 자도 된다는 누군가의 말을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

피로가 쌓이면 카페인으로 덮었고,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술로 기절했다.

그것이 몸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축농증 수술 후 찾아온 극심한 불면은

일종의 경고였던 것 같다.

몸이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비명을 지른 것이다.

혈압이 200까지 치솟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멈췄다.


금주, 소식, 운동, 규칙적인 수면 시간.

말로는 쉽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나 역시 수십 년 동안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

고통이 임계점을 넘어서야 겨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별것 아니었다.


술을 끊으니 저녁 시간이 길어졌다.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저녁을 적게 먹으니 아침이 개운하다.

12시 전에 자니 새벽에 여유가 생겼다.

운동을 하니 몸이 가벼워졌다.


하나를 바꾸니 다른 것들도 따라서 바뀌었다.

작은 변화가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종종 큰 변화를 꿈꾼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인생을 뒤바꾸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작심삼일로 끝난다.

나도 그랬다.

담배도 끊어야지, 운동도 해야지, 책도 읽어야지.

새해 첫날에 세운 계획이 설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흐지부지된 적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에는 달랐다.

고통이 동기가 되었다.

죽을 것 같으니까 바꿨다.

그리고 바꾸고 나니 좋아졌다.

좋아지니까 계속하게 되었다.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저 오늘도 12시 전에 자고,

술을 마시지 않고,

저녁을 적게 먹고,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

이 작은 것들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요즘 안색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잠을 잘 자서 그래." 친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게 숙면은 당연한 것이니까.

설명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괜찮다. 나만 알면 된다.


잠을 잘 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침에 개운하게 눈을 뜬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밤도 잘 잘 것이다.

12시에 눕고, 6시에 일어날 것이다.

그 사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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