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울음소리

그 도로를 지나며 생각한 것들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소송 당사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투고 있었다.


사실 법원에서는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그날은 양측 중 한 사람이 유난히 흥분해 있었다.

"죽여버린다"는 고함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렸지만,

그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들어 상대에게 다가가려 했다.

경비가 곧 달려오겠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인지,

위협의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죽여버린다"는 말이 계속 반복됐다.


얼마나 화가 나면 저럴까 싶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저 사람은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있을까.


작년 5월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쉬는 날이 많은 달이라 그 이외의 날들은 상대적으로 바빴다.

주 내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어서,

출근하자마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열 시쯤이었을 것이다.

창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짐승의 울음소리 같았다.

비 오는 날 가끔 찾아오는 비둘기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얼마 후 옆 건물에서 일하는

다른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건물 앞 도로에서 누군가 칼에 찔렸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가 보내온 기사 링크를 보니 사실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갔더니,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소방차가 물을 뿌리고 있었다.

핏자국을 씻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주차장 사장님이 내게 말했다.


"찔려 죽은 사람이 삼십 분 전까지

제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치고 걸어가더니

삼 분도 안 되어서 비명소리가 나더군요."


삼십 분 전까지 카메라 앞에서 웃고 있던 사람이,

삼 분 후에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의 시간이 그날 거기서 영원히 멈추었다는 것이다.


뉴스에서 본 살인사건과

내 주변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사건은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화면 속 사건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채널을 돌리면 사라지는, 그런 종류의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현장을 지나갈 때는 다르다.

공기의 질감이 다르다. 사람들의 눈빛이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날 저녁,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섰다.

몇 시간 전 유혈이 낭자했던 그 도로를 지나면서,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을 죽일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것일까.

그 행위에 대한 책임과 죄의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분노 때문에. 원한 때문에. 이익 때문에.

명분 때문에. 대의 때문에.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든,

사람의 생명을 끊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만큼 확실한 사실은 없다.


법원 복도의 그 사람은 결국 경비에게 제지당했다.

"죽여버린다"고 외치던 그는 씩씩거리며 끌려갔다.


아마 그는 실제로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내뱉은 말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말이 말로 끝나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삼십 분 전의 웃음이 삼 분 후의 비명이 되는 순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법원을 나서며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

그것이 정말 불가능한 꿈일까.

적어도 나는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어떤 명분으로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


12월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다시 한번 그 생각을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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