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결이 몰려오는 날의 기록. 그리고 김변호사. 편히 쉬시게.
오늘도 덥다. 유난히 몸이 축 처진다.
늘 아침을 부지런히 시작하던 내가 요즘은 이른 시간대에 무기력하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딱히 큰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힘이 빠진다.
그래도 완전히 멈추지는 않고, 조금씩은 움직이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도 있으니, 회복도 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날.
예를 들어, 어느 날에는 교사 친구에게 몇 년 만에 갑자기 연락이 오고,
같은 날 교사인 분들의 상담 예약이 이어진다.
마치 특정한 직업군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우연히 엮이는 것처럼.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런 패턴은 반복된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최근 유행하는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렇게 답했다.
“어떤 날엔 마치 우주가 특정한 주파수로 나를 부르는 듯, 비슷한 결이 연달아 찾아온다.”
듣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확히 그 느낌이다.
서울대 출신 동기 변호사의 부고를 받았다.
서울대 출신 군대 선임으로부터 30년 만에 연락이 왔다.
서울대 출신 의뢰인과 미팅이 있었다.
개별적인 사건은 그 자체로 특별할 것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날 안에 이처럼 ‘같은 결’의 일이 이어지면
어쩐지 그 흐름이 낯설고 묘하게 느껴진다.
글의 맥락상 특정 학교를 반복해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날 하루는 유독 그 단어가 계속 떠올랐던 날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참 많다는 것.
어릴 땐 세상의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도 되게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정확히 계산하고 움직이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일이 틀린 건 아니고,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다는 걸.
상황이 납득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진짜 노력은,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비슷한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
이제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는 것.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지나간다.
과거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모든 상황을 분석하려 들고, 이해하려 애썼다.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말았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남긴다.
미처 흐름을 설명하지 못해도, 그냥 받아들이기로.
끝으로, 어제 부고를 받은 친구 이야기를 쓰고 싶다.
서울에 살던 친구라 자주 보진 못했지만,
변호사로, 다둥이 엄마로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은 종종 들었다.
며칠 전, 변호사 단체 채팅방에서 그 친구가
별다른 말 없이 ‘사랑한다’는 이모티콘 몇 개를 올렸다.
뜬금없다고 느꼈지만, 오랜만에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근황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하루 뒤,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날 보낸 이모티콘이, 혹시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아니었을까.
그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지병 때문이라고 들었다.
하늘에선 부디 아프지 않기를.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R.I.P. 김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