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 않은 사람의 앨범
오는 길에 휴대폰 알림이 떴다.
구글포토가 '3년 전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그중 하나가 국밥이었다.
해운대 어딘가에서 찍은 것 같은데,
왜 그날 거기에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국밥 위에 올라간 부추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많았고,
그것을 보는 순간 그날의 공기 같은 것이 돌아왔다.
아마 재판이 끝난 직후였을 것이다.
피곤했고, 허전해서 국밥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사진에는 그런 것이 찍혀 있지 않다.
부추가 많은 국밥 한 그릇이 그 전부를 대신하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잘 찍지 못한다기보다, 관심이 없다.
흥미가 없으니 배울 동기도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사진을 찍으면
구도가 어떻고 타이밍이 어떻고 지적을 받곤 했는데,
그때마다 한번 배워볼까 싶다가 금방 잊었다.
결국 나는 정말 기분이 좋을 때, 혹은
꼭 남겨야 할 이유가 있을 때만 셔터를 눌러왔다.
그것도 10년, 15년이 되니 제법 쌓였다.
구글포토는 그중에서 골라 보여준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았다. 요즘은 다르다.
3년 전, 5년 전, 그날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한 장으로 돌아온다.
알고리즘이 고른 날짜에
내 기억이 반응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기계가 꺼낸 사진인데,
그것을 보는 순간 내 쪽에서 맥락이 만들어진다.
3년 전 그 국밥을 왜 먹었는지,
그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진에는 없는 것들이 사진 주변으로 몰려든다.
한 장의 이미지가 마중물이 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 올라온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감각은 없었을 것이다.
매일 수십 장을 찍는 사람에게
3년 전 오늘의 사진은 수십 장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나처럼 일 년에 스무 장도 채 찍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 장이 한 시기를 통째로 대표한다.
부추가 많은 국밥 한 그릇이 그해 겨울 전체를 압축하고 있는 식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앞으로는 좀 찍어두자.
잘 찍을 필요는 없다.
구도도, 빛도, 기술도 여전히 관심 없다.
셔터를 누르는 횟수를 조금 늘려보자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
몇 년 뒤에는 그날을 불러오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국밥 사진이 알려주었다.
오늘 퇴근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대단한 풍경이 아니라 그냥 길이었다.
이 사진이 나중에 무엇을 불러올지는 지금의 내가 정할 수 없다.
그건 미래의 내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