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에 대하여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사정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불만이 꽤 많은 편이었다.


지금이야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하고 말해줘도

잘 믿지 않았다.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짚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모도, 성격도, 능력도.

뭐 하나 시원하게 만족스러운 구석이 없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내가 쓴 글에 대해서만은 그런 감정이 없었다.


대단한 글을 쓴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내가 쓴 문장을 다시 읽었을 때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네 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자기 자신의 거의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진 인간에게,

그건 꽤 희귀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어떤 형태로든 뭔가를 써서 먹고 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리고 대단치는 않지만 실제로 그렇게 먹고 살고 있는 것도,

그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매달 글쓰기 모임에서 뭔가를 쓰고 있다.


약간의 강제성을 띤 모임에 가입한 게

벌써 몇 달 가까이 되어간다.

뭐라도 써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업무적인 글이야 매일 쓰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나이를 좀 먹고 나니

속에 있는 걸 좀 꺼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썼다.

이런 것도 써보고, 저런 것도 써보고.

각색해서 소설 형태로도 써봤고,

순수하게 일기 형태로도 써봤다.

딱히 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런 걸 목적으로 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쓰고 내가 읽는 것 자체가 좋았다.

글에 대해서만큼은 원래 그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매일 뭔가를 쓰다 보니 소재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뭘 쓰지,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물론 썼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쓴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기장에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모임 규칙상 블로그 같은 공개된 곳에 올려야 하다 보니

같은 글감이 돌고 도는 것이 신경 쓰였다.


그즈음 다른 욕심도 생겼다.

직업과 관련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관련 분야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몇 차례 시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모두 실패했다.

바짝 몰아서 원고를 쓰기에는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

퇴근하고 나면 남는 건 피로뿐이었고,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하루가 갔다.

그러는 사이 몇 년이 지나버렸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한꺼번에 쓰려고 하니까 안 되는 거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업무 관련 글을 쓰고,

나중에 그걸 모아서 편집하면 어떨까.

어차피 글을 쓰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번 달은

업무와 관련된 글을 쓰려고 노력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신변잡기적인 글을 쓸 때만큼 손이 가지 않았다.

일상적인 글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써도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춰졌는데,

업무와 관련된 글은 자꾸 어딘가에서 걸렸다.

같은 한국어인데 쓰는 근육이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한 박자씩 늦었다.


안 쓰다가 몰아서 쓰고,

또 안 쓰다가 몰아서 쓰고.

마치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것 같았다.

쓰는 동안에도 이게 맞나 싶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방향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다.

일상 글을 쓸 때는 한 번도 이런 의심을 한 적이 없었는데.



또 새로운 달이 시작된다.


어쩌겠나.

그래도 나는 계속 뭔가를 끄적거릴 수밖에 없다.

여전히 업무 관련 글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재미도 없고, 아직은 어색하지만.


어쩔 수 없다.

쓰는 것 말고는 딱히 나한테 맞는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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