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원짜리 예약을 취소한 날
도수치료를 받으러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 건
예약을 해놓고 나서였다.
1회에 18만 원이다.
예약을 해놨다. 그런데 가기 싫었다.
이 사실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이 정도의 돈을 냈는데도 가기 싫다면,
공짜인 헬스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새벽에는 별문제가 없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몸이 먼저 일어난다.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데 망설임이 없다.
그 시간의 나는 스스로도 알아보기 쉬운 사람이다.
그런데 저녁 여섯 시가 되면 다른 사람이 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움직이기가 싫다.
누군가 예약을 잡아주고 강제로 데려가지 않으면 그냥 앉아 있게 된다.
18만 원짜리 예약도 그 시간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결국 몇 번 취소했다.
같은 사람인데 시간대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저녁에 나약해지는 건 마음이 약해서라고.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의 나도 저녁의 나도 똑같이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있다.
차이는 아침에는 그 마음이 몸보다 느리게 깨어난다는 것이다.
몸이 먼저 나가버리면 마음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저녁에는 반대다. 몸이 먼저 앉아버린다.
결국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다.
나는 저녁 여섯 시의 나를 잘 모른다.
그 시간의 나는 아침의 나와 다른 판단을 내리고,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것을 원한다.
오래 살았는데 그 사람을 아직 잘 모른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새벽에는 내가 주도하고, 저녁에는 그 낯선 사람이 주도한다.
나는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