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라면 회생파산의 도움을 받자.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의사의 경우 '전문의'라는 것이 있듯이, 변호사도 ‘전문변호사’라는 것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주관하는 관련 분야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관련사건을 적게는 30개, 많게는 50개 이상을 처리한 경우 이 명칭을 쓸 수가 있다. 다만 의사의 경우와 달리 변호사는 2개의 전문분야를 등록할 수 있는데, 필자의 경우는 '도산(회생, 파산)'과 '채권추심'이다. 이번에는 이 중 소위 회생, 파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빚, 즉 채무를 가지고 있다.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소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 사용과 변제를 반복한다. 과거에는 빚이 없는 상태를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소위 '레버리지 효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은 빚을 지는 것 역시 자산증식의 하나의 방법론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즉 '채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채무가 재산을 초과해서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다. 옛날에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채무자를 채권자가 노예로 삼거나 이를 범죄로 보아 감옥에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다. 특히 악의적으로 돈을 갚지 않는 경우가 아닌, '성실하게 살았지만 운이 없어서 돈을 못 갚는 채무자'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구제해 줄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소위 '회생'과 '파산' (둘을 묶어 '도산'이라 한다) 제도이고, 우리나라도 2005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지금까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소위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를 위해 채무자회생법이 마련하고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채무자의 재산을 모두 돈으로 바꾼 후 이를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채무를 일부 조정해 주어 채무자를 ‘회생’시킨 후 일정 기간에 걸쳐 변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를 ‘파산’, 후자를 ‘회생’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파산’은 ‘빚잔치’, ‘회생’은 ‘일부변제’ 정도로 표현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파산’이라고 하면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는 ‘면책’이라고 하며 개인에 대한 ‘파산선고’가 내려진 후 별도의 절차로 진행된다. 법원은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를 조사하게 되는데 파산신청 당시 재산을 악의적으로 은닉한 사실이 있거나 채무발생의 원인이 도박, 낭비 등인 경우에는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여 빚을 탕감해주지 않는다. 회생절차의 경우 그 주체가 개인이냐 법인이냐 여부 및 채무의 정도에 따라 (일반) 회생절차와 개인회생절차로 나뉘는데, 용어에서 알 수 있듯 개인회생절차가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
그렇다면 ‘회생’과 ‘파산 및 면책’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일견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파산 및 면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선 ‘빚잔치’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파산 및 면책은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본인의 재산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심지어 기혼자의 경우 배우자 명의 재산의 절반가량을 본인재산으로 보아 해당 액수만큼 법원을 통해 채권자들에게 변제해야 한다. 회생에 비해 심사도 엄하다. 무엇보다 법원은 일을 해서 일정액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거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파산 및 면책절차가 아니라 회생절차를 밟을 것을 ‘강하게’ 권유한다. 그래서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의 재산이 있거나 근로능력이 있는 경우는 회생절차를 먼저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채권자등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라면, 회생, 파산제도는 당신에게 재기의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물론 그 결정이 결코 쉽지 않음은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은 자책감, 주변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것 같은 수치심, 채권자들로부터 받을 비난에 대한 두려움. 특히 채무자가 성실한 사람일수록 더욱 회생, 파산신청을 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스스로 질문해 보라. '그렇다면 채무를 다 변제할 다른 방법이 있는가?'라고. 아마 없을 것이다. 끝없는 부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회생절차를 통해서 일부라도 채무를 변제하거나 파산 및 면책절차를 통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처분해서 일부라도 변제한 후, 새롭게 재기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임은 자명하다. 그러니 하루라도, 한시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생각은 가급적 버리시기 바란다. '돈을 숨겨두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거나 '아주 적은 액수만 변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식의 달콤한 권유를 하는 법무사나 변호사에게는 가급적 대리를 맡기지 말라. 과거에는 모르겠으나, 현재 법원의 검증시스템은 당신에게 속을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