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짜 점심은 없다

내가 번 돈으로 다닌 어학당이 가르쳐준 것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즐겨 쓴 이 말이 가장 절실하게 와닿았던 건,

25년 전 대학 시절 어학당을 다니면서였다.


가장 비싸고, 가장 열심히 다닌 수업

대학교 3학년,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모교 어학당에 등록했다. 당시 파고다 같은 사설학원보다 몇 배나 비싼 수강료였다. 한 학기에 수십만 원.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활비를 충당하던 대학생에게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수강료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했다. 생활비는 극도로 아꼈다. 정말 '피땀'으로 번 돈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용두사미'의 전형이었던 내가, 이 어학당만큼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 지각도 없었고, 과제도 빠짐없이 했다. 경상도 억양 때문에 intonation에서 약간의 감점을 받았을 뿐, 성적도 우수했다.

왜였을까?


돈이 아까워서라도

답은 단순했다. 돈이 아까웠다.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커피를 나르고, 과외 학생을 가르치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해서 번 돈이었다. 한 시간 수업을 빠지면 얼마의 손실인지 계산이 바로 나왔다. 그 돈이면 며칠을 먹을 수 있는지도 알았다.

반면, 같은 시기에 들었던 학교 정규 수업들은 어땠나?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내거나 학자금 대출로 충당했던 수업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아니었던 그 수업들은 조금만 피곤해도, 날씨가 좋지 않아도, 친구가 술 한잔 하자고 해도 쉽게 빠졌다.


복권 당첨자의 70%가 파산하는 이유

이런 현상은 비단 수업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의 70%가 5년 이내에 파산한다고 한다. 수십억을 손에 쥐었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

노력 없이 얻은 것은 그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도박으로 번 돈은 도박으로 사라진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인다. 반면 피땀 흘려 번 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은 것들은 다르다. 그것들은 우리 삶에 단단히 뿌리내린다.


무료 강의의 함정

최근 온라인에는 무료 강의가 넘쳐난다. 유튜브, MOOC, 각종 플랫폼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무료 온라인 강의의 완주율은 평균 3-5%에 불과하다. 반면 유료 강의의 완주율은 60%를 넘는다.

같은 내용, 같은 강사의 강의인데도 말이다.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

어학당을 다니며 깨달은 건,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내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일이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의 주인이 된다.


25년이 지난 지금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책도 마음껏 살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요즘도 그때처럼 절실하게 무언가를 배우고 있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교육, 무료로 제공되는 세미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들. 과연 나는 이것들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을까?


배고픈 개의 지혜

25년 전, 배고픈 개처럼 뼈다귀를 빨아대며 다녔던 어학당.

그곳에서 배운 건 영어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된다는 진리였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피와 땀으로 얻은 것은 평생 남는다.

이것이 내가 수십만 원을 주고 산 가장 값진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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