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중년 남자의 뒤늦은 요리 도전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이 요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파스타를 삶고, 샐러드를 만들고, 와인을 곁들인다. 대부분 남자 주인공들이다. 실제로 하루키는 에세이에서도 직접 요리하는 일상을 종종 언급한다. 20대에 재즈카페를 운영하며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았던 경험이 몸에 밴 것일까.
고등학생 때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아버지 세대 남자가 주방에서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모습이 꽤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나도 주방에 서기로 했다.
결정적 계기는 어제 저녁 주문한 제육덮밥이었다.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밀려온 '누린내'. 몇 술 뜨지도 못하고 통째로 버렸다. 만 원이 넘는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문득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해보면 불만은 쌓여 있었다.
첫째, 입맛이 까다로워졌다. 나이가 들수록 미묘하게 거슬리는 맛들이 느껴진다. 간이 세다, 기름이 많다, 향신료가 과하다. 정말 맛있는 곳은 웨이팅이 길어 접근이 어렵다.
둘째, 영양 불균형이 심하다. 정식은 탄수화물 과다, 단백질 부족. 치킨과 삼겹살은 기름 범벅. 회나 찜은 가격도 비싸지만 술의 유혹까지 따라온다.
셋째, 폭식을 부른다. 자극적인 맛에 정신없이 삼키게 된다. '돈이 아깝다'는 핑계로 남은 것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술까지 곁들이면 폭음·폭식의 완성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불만들이라 식당에 요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는 수밖에.
하루키의 에세이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젊은 시절, 주말이면 시장에서 야채와 해산물을 사와 미리 손질해둔다고. 필요할 때 빨리 꺼내 쓸 수 있도록. 그에게 요리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루틴이었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 대학 진학 후 독립했지만 대부분 외식으로 때웠다. 최근엔 배달앱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 새벽에도, 비가 와도, 원하는 음식이 30분이면 도착한다.
편리함에 길들여지면서 요리는 점점 멀어졌다.
다행히 요즘은 환경이 좋다. 유튜브에 레시피가 넘쳐나고, 식재료는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평일엔 어쩔 수 없다. 회사도 가야 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주말은 다르다. 온전히 내 시간이다.
모처럼 냉장고를 뒤졌다. 양파를 썰고, 당근을 다듬었다. 카레를 끓이고, 덮밥도 만들었다.
칼질은 서툴고 간은 들쭉날쭉했지만,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어제의 제육덮밥이 남긴 불쾌한 기억이 말끔히 사라졌다.
아내가 말한다.
"직접 요리하면 과정에서 포만감을 느껴 식욕이 줄어든대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요."
그러면서 계속 요리를 '강력하게' 권한다.
글쎄, 다이어트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는 알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하루키의 주인공들처럼, 주방에서 뭔가를 만드는 시간이 꽤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시작이다.
도전,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