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이유.
개인적으로 형사사건은 잘 맡지 않는다.
이유는 뭐. 당연하다. 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부수적으로는 나 말고도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많으니까.
그래서 우리 법인에서 진행되는 형사사건들은
대부분 다른 형사전문변호사들이 맡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는 매년 '공익활동'이라는 걸 해야하는데
그 일환으로 형사사건 국선변호는 좀 해왔다.
(그것도 지난 해 너무 일이 많아서 올해는 잠시 쉬고 있다)
조금 전, 거의 1년 6개월 이상 끌어왔던 형사사건의
마지막 재판을 다녀왔다.
내가 변호하고 있는 피고인, 당연히 범죄자고, 전과도 제법있다.
이 사건 이전에도 동종사건으로 몇년 간 징역을 살다가 나왔고
출소하자마자 검찰은 그 이전사건으로 기소를 해서 또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바닥에서는 흔한 스토리다.
그래도 나도 변호사생활을 좀 해왔고,
'잘 맡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선변호 등을 통해 형사사건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피고인들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느낌이란게 있다.
본인은 무죄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유죄인 경우가 꽤 많다.
유죄임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본인의 생각과 달리 법리적으로 유죄인 경우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이 사건에서 나는 그 사람의 변호인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변론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왠지 이번 사건의 경우는
이 피고인이 유죄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뭔가 공범들에 의해서 억울하게 누명이 씌어진 느낌.
이런 느낌이 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사람이 무죄판결을 받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변호인이라는 작자가 제대로 변론을 하지 않아서 그런거 아니냐면 할 말이 없지만
일단 범죄사실 자체가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사건이라 증거 자체가 남아있지 않고
공범들의 증언 밖에 없는데 그들이 우리 피고인을 유죄로 몰아가고 있으니.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느낌'이니까.
실제 피고인은 검사와 공범들의 주장처럼 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처벌을 피하고자 변호인인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그렇다.
이 사건에 한해서는, 이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물론 판단은 재판부가 하시겠지만.
하아...
내가 형사사건을 잘 맡지 않는 이유는
가끔씩 느끼는 '이런 감정'이 견디기 힘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공판기일은 끝났고, 2달 후에 선고기일이 지정되었다.
부디 피고인에게 행운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