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9월의 어느 일요일

약간 버거움. 약간 착착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즐거움.

1.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외출.

각 5k 정도 걸었다.

8월보다는 바람이 조금 서늘했지만,

그래서 일부러 걸어다녔지만,

역시 더위는 여전하구나.



2.

나는 '시력'에 대해서 매우 특이한 경험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안경을 착용했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왼쪽 눈이 0.1 정도였고

오른쪽 눈이 0.7 - 0.8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약 20년 가까이 안경을 착용하다가

안경이 파손되어 교체하러 간 안경점에서 시력검사를 했더니

양쪽 눈 모두 1.0이 나왔다. 안경점 사장님이 깜짝 놀라더라.

대학병원을 포함해서 3군대의 안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역시 시력 1.0. 이었다.

20년 동안 안경을 썼었다고 했더니 의사선생들이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 레지던트를 하고 있던 막내도 내 이야기를 듣고 꽤 황당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뭐 가성근시 어쩌고 하던데..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여튼 그때부터 나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후로 약 15년이 지났다.

작년부터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하니, 시력은 여전히 양쪽 모두 1.0.이라 했다.

그럼 왜 그러냐고 물으니, 노안이 온거란다.

의사선생의 권유대로 책을 보거나 서면을 쓸 때 '돋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거리가 있는 사물을 보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어느 게임시리즈의 신작이 발매되었다.

참고로, 나는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고, 특히 PC를 이용한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

(우리 때 그렇게 유행했던 스타크래프트 조차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발매되는 몇 가지 게임은 여전히 하고 있는데

딱히 재미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20년 가까이 해오던 것을 이어가는 느낌이다.

그 게임들은 여전히 2-3년마다 신작이 발매되고 있는데

그때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그것들을 구입해서 플레이 해보곤한다.

8월말. 그 시리즈 중 1개의 신작이 발매된 것이다. 3년만에.


구입은 해놓고 바빠서 못하고 있다가

바로 어제 저녁에 드디어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데..

게임의 자막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 게임은 우리나라 게임이 아니고,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이라 내용을 알아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노안으로 가까운 글씨들만 잘 안보였을 뿐

소파에 앉은 상태에서 TV로 보는 게임의 자막 정도는 보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는데..

불과 3년만에 자막이 흐릿하게 보이다니... 나이를 먹어가고 있긴 하구나.. 싶었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곧 가라앉더라.

곧바로 게임기를 끄고 옷을 주워입은 후 안경점으로 달려가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시력은 돋보기 맞출 때와 그대로라 했다. 하지만 '난시'와 '노안'의 정도가 심해졌서 그렇단다.

'다촛점렌즈'라는 것이 있다는 데, 그건 바로 사용하기는 좀 그렇다고

일단 먼 거리를 볼 때 사용하는 안경을 추가할 것을 권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제 평상시에는 새로 맞춘 안경을 쓰고

책을 보거나 서면을 쓰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돋보기를 쓰고

이렇게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뭔가 좀 착찹하긴 하다.

마음은 아직도 소년인데, 아직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기는 소년인데

몸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게임의 자막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경을 번갈아가면서 착용해야 할 정도로.


근데 뭐 어쩌겠나. 다 그런거지 뭐.

생각해보면 과거에 20년이나 안경을 썼었는데

새로 안경쓰는게 뭐 어떠랴.

오히려 안경을 쓰니까 잘 안보이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어드니 좋기도 하네.

뭔가 좀 스타일이 달라지니 신선해 보이기도.. (쿨럭~~) 뭐. 하여간.


새로 안경도 맞췄는데, 새로운 마음으로 게임을 계속해볼까?..

(라고 생각했으나, 내일 출근을 해야해서 그 일정은 다음 주말로 미뤄야 겠다)



3.

'발마사지'를 받았다.

집 부근에 '중국식 발마사지'를 하는 곳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진 않더라.

마사지는 대부분 베트남, 태국에 여행을 가서 받는 경우가 많았고

받더라도 '전신마사지'를 받지 '발마사지'는 거의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

근데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기분도 그렇고, 컨디션도 그렇고 해서

도저히 그냥 집에 돌아가기가 싫었다.

그러던 중 그 마사지 샵 앞을 지나가게 되었고

기분전환도 할 겸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생각보다 깔끔했다. 가격도 적당했다.

레슬링 선수 같은 몸을 가진 중국인 남성이 나오더니

발을 씻겨 준 후에 약 40분동안 발과 종아리 부위를 마사지 해주었다.

솔직히 좀 많이 아팠다. 하지만 그럴 수록 머리속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다 받고 나니 뭔가 피로가 풀리고 상쾌해진 느낌이었다.

앞으로 종종 이용해야겠다. 특히 오늘처럼 뭔가 좀 착찹하고 우울할 때.



4.

이렇게 주말이 흘러간다.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즐거웠다.

오늘 푹 자고, 내일도 또 활기차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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