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길 위에서 발견하는 것들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이 한 줄이 노래의 핵심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곡을 들으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노래는 단순한 여행가가 아니라,
필연적인 이별과 고독한 전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에는 '너'가 함께 있다.
편지를 받아줄 누군가, 꿈을 공유할 상대가 있다.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이라는 구절처럼,
여정의 시작은 둘이다.
하지만 노래가 진행될수록 미묘한 균열이 느껴진다.
덜컹이는 기차, 출렁이는 파도.
이 불안정함 속에서도 화자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너'는 떠난다.
노래는 이 순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지만,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명확해진다.
이제 화자는 혼자 휘파람을 불며 걷는다.
그리움은 남았지만 뒤돌아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 노래가 유독 가슴에 남는 건,
내가 걸어온 길과 닮아서일지도 모른다.
서른이 넘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새로운 길을 선택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다.
"왜 굳이 지금?"
"그 나이에 무슨 모험을?"
처음엔 응원해주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멀어져 갔다.
가장 힘들었던 건 확신이 흔들릴 때였다.
돈도, 명예도 아닌, 그저 '이게 내 길'이라는
막연한 느낌 하나로 버티는 시간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불확실해질수록,
가야 한다는 마음만은 더욱 선명해졌다.
마치 노래 속 화자처럼,
수평선이 보이지 않아도
그곳을 향해 걸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인생의 어떤 길은 동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만의 신념을 따라가야 할 때,
내면의 소명을 따라야 할 때가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가장 가까운 이가 먼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간다.
노래 속 화자가 인상적인 것은
이 고독을 비장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휘파람을 분다. 햇살을 본다. 나뭇잎의 손짓을 느낀다.
혼자가 되었지만 세상과 단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연결된다.
얼마 전 대학 동창을 만났다.
이십 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카페를 열었다고 했다.
"아내도 처음엔 미쳤다고 했어.
애들 대학 보내야 하는데 무슨 카페냐고.
지금은 그냥 체념한 것 같아."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이상해. 매출은 형편없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게 기다려져."
커피를 내리는 그의 손길에서 묘한 평온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궁극적으로 혼자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는
홀로 선택하고 홀로 감당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바로 그런 고독한 영혼들이 향하는 곳이다.
그곳이 실재하는지는 모른다.
도착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리움을 품고도 뒤돌아보지 않는 그 발걸음에,
어쩌면 삶의 본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떠난 이를 원망하지 않고,
혼자됨을 비관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의미일지도.
https://youtu.be/SakTC4-s-z8?si=_wMAVPF531IuJA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