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다가 주는 선물

토요일 새벽, 송정 앞바다에서 만나는 또 다른 세계

토요일 새벽 다섯시 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꿈속에서 헤매고 있을 시간,

나는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내가 속한 트라이애슬론 팀의 바다수영 훈련이 있는 날이다.


아직은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여섯시에는 입수를 해야 한다.

처음엔 이 이른 시간이 고역이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아침까지가

일주일 중 가장 달콤한 휴식 시간인데,

그 시간에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니.


하지만 벌써 4년째,

이제는 새벽 바다가 주는 특별한 선물을 알게 되었다.




오픈워터스위밍, 그러니까 바다수영은 수영장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우선 준비물부터 만만치 않다.

수경과 수모는 기본이고,

체온 유지와 안전을 위한 웻슈트(Wet suit)는 필수다.

밝은 색깔의 안전부이(Safety Buoy)도 착용해야 한다.

이 부이는 바다에서 내 위치를 알려주는 신호이자,

힘들 때 잠시 기댈 수 있는 쉼터가 되어준다.

핀(Fin)도 필요하다.

긴 것을 오리발, 짧은 것을 닭발이라 부르는데,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한다. 


탈의실이나 샤워장 같은 편의시설은 기대하기 어렵다.

판초타월이라는 커다란 수건을 뒤집어쓰고

그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능숙해졌다.


따뜻한 물도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바닷물과 모래를 씻어낼 물이 없으면

집까지 가는 길이 꽤나 불편하다. 




바다수영에는 몇 가지 불문율이 있다.


절대 혼자 입수하지 않는다.

여럿이 함께 들어가고,

일정한 지점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수모는 가능한 밝고 눈에 띄는 색으로 착용한다.

바다에서는 서로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모 색깔로 동료를 구분한다.


입수 전에는 바람의 방향과 파도 높이, 조류를 확인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

바다수영의 첫 번째 원칙이다. 


바다와 육지의 거리감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특정 건물을 목표로 정하고 그곳을 향해 헤엄친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

때로는 조류에 밀려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바다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일출 직전의 바다는 고요하다.

물속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는 순간은 언제나 경이롭다.

해가 완전히 뜨면 서퍼들이 바다를 차지한다.

왜 그런 암묵적 시간 배분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바다는 수영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

가끔 번개까지 쳤다.

하지만 파도는 높지 않았기에

해양경찰은 입수를 막지 않았고

우리는 바다로 들어갔다.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이 훈련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지난 6월 대회 이후 몸이 좋지 않아

몇 달 쉬었다가 오늘 다시 돌아왔다.

역시나 바다는 그 자리에서 나를 맞아주었다. 




바다수영은 분명 쉽지 않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차가운 물과 싸워야 하며,

때로는 두려움과도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특권.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의 평화.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는 작은 성취감. 


부산에 산다는 것의 축복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도심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바다.

사계절 내내 수영할 수 있는 온화한 날씨.

그리고 함께 새벽을 깨우는 동료들.

앞으로도 나는 토요일 새벽마다

송정 앞바다로 향할 것이다.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p.s. 다음에는 바다사진도 한 컷씩 찍어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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